
중동 분쟁과 에너지 가격 급등이 맞물리며 세계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 성장률로 추락할 것이라는 공식 경고가 나왔다. 세계은행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26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2.5%로 제시했다. 이는 2025년(2.9%)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치이자,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계은행은 이란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전체 경제권의 약 3분의 2에 대해 올해 1월 전망치보다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배경이다.
유가 36% 급등에 인플레이션 4%대 재점화
세계은행은 호르무즈 해협 혼란이 7월에 진정된다는 가정 아래 2026년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배럴당 94달러로 전망했다. 2025년 대비 36% 상승한 수준이다.
유가 급등은 비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식량 가격에 연쇄 충격을 가하는 구조다. 질소비료의 원가에서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60~80%에 달하는 만큼, 에너지 가격 상승이 곧바로 농업·식량 부문 비용 상승으로 전이된다는 것이 경제학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세계은행은 이런 요인들이 복합 작용해 2026년 세계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3.3%에서 4.0%로 뛸 것으로 예상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재가열에 대응해 긴축 기조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확산하고 있다.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미니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악 시나리오엔 성장률 1.3%…걸프 지역은 ‘0%대’ 추락
에너지 공급 차질이 예상보다 심화되고 금융시장 불안이 겹칠 경우, 세계은행은 2026년 세계 성장률이 1.3%까지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은 4.4%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글로벌 경기침체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중동 분쟁의 직접 타격을 받는 걸프 지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2025년 3.9%였던 걸프 지역 성장률은 2026년 0%에 가깝게 급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요국별로는 미국이 2.2%로 선진국 중 비교적 견조한 성장을 유지하는 반면, 일본은 소비·수출 둔화로 0.7%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 조정과 소비 둔화 등이 맞물려 2025년 5.0%에서 2026년 4.2%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개발도상국 성장률 역시 2025년 4.4%에서 2026년 3.6%로 낮아져 팬데믹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에너지·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고 외화 부채 비중이 큰 개발도상국일수록 같은 유가 충격에도 인플레이션, 환율 불안, 자본 유출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은행, 최대 1천억 달러 지원 카드 꺼내
세계은행은 이번 충격에 대응해 사전에 계획된 250억 달러를 포함해 최대 500억~600억 달러를 개발도상국에 지원할 방침이다. 분쟁과 경제 충격이 장기화할 경우 향후 15개월간 지원 규모를 800억~1,000억 달러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다만 2027~2028년에는 에너지 공급 회복과 통화 완화 정책 재개, 무역 활성화에 힘입어 경제 활동이 견조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2027년 세계 성장률은 2.8%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2010년대 평균보다는 0.4%포인트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