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4년 된 구멍’ 찾아냈다…지캐시, 하루 만에 50% 폭락

댓글 0

AI, 가상화폐 위조
연합뉴스

가상화폐 지캐시(ZEC)가 2026년 6월 14일 단 하루 만에 50%가 넘는 폭락을 기록했다. 핵심 보안 기술로 내세웠던 암호화 프로토콜에서 ‘무제한 위조’를 가능하게 하는 치명적 결함이 드러난 것이 원인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취약점을 찾아낸 주체가 인간 감사자가 아닌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 오푸스 4.8’이었다는 점이다. 4년이 넘도록 수많은 전문가의 눈을 피해온 결함이 AI에 의해 단 12시간 만에 발견되면서, 가상화폐 보안의 근본적 취약성에 대한 의문이 확산하고 있다.

4년 숨어 있던 ‘코드 3줄’의 재앙

지캐시는 거래 내역을 완전히 숨길 수 있는 암호화 기술 ‘zk-SNARKs(제로 지식 증명)’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워온 가상화폐다. 이 기술의 수학적 이론 자체는 견고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코드 구현 단계에서 발생한 인간 오류였다.

지캐시 재단의 공식 성명에 따르면, 결함은 2022년 2분기 적용된 네트워크 업그레이드(NU5) 과정에서 ‘바인딩 서명(Binding Signature)’ 검증 로직에 오류 코드가 유입되면서 시작됐다. 이 오류는 지캐시의 총 발행량 한도(2,100만 개)를 무력화해 토큰을 무제한으로 위조할 수 있게 만드는 심각한 결함이었다.

보안 연구원 테일러 혼비가 클로드 오푸스 4.8을 활용해 이를 탐지했고, 재단은 발견 직후 긴급 하드포크(네트워크 강제 업그레이드)를 실행해 6월 15일 새벽 패치를 완료했다.

AI, 가상화폐 위조
다리오 아모데이 엔트로픽 최고경영자(CEO) / 연합뉴스

가격 붕괴와 시장의 공포 전이

취약점 공개 소식은 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줬다. 코인게코 기준, 지캐시 가격은 전일 124.50달러에서 61.85달러로 하루 만에 반 토막이 났다. 시가총액으로는 약 9,300만 달러가 하루 만에 사라진 셈이다.

전 BitMEX CEO 아서 헤이즈는 취약점 공개 직후 보유하고 있던 지캐시 1,250 ZEC(약 7만 7,300달러 규모)를 전량 매도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공포는 지캐시에만 그치지 않았다. 모네로(XMR)와 대시(DASH) 등 경쟁 프라이버시 코인도 같은 날 각각 28.7%, 22.1% 하락하며 업계 전반에 신뢰 위기가 번졌고, 프라이버시 코인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동안 35% 증발했다. 반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같은 날 소폭 상승해 자금이 공개 거래형 코인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포착됐다.

“더 많은 악용 사례가 온다”…AI 취약점 탐지의 역설

AI, 가상화폐 위조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 연합뉴스

암호화폐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구조적 경고임을 강조한다. 제로 지식 증명 기술 권위자이자 스타크웨어 공동창업자 엘리 벤-사손은 “이번엔 ‘화이트해커’가 먼저 발견했기에 대응이 가능했지만, 다른 가상화폐는 이처럼 운이 좋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나쁜 의도의 해커들이 먼저 버그를 발견하고 악용하는 사례가 반드시 발생할 것”이라며 대부분의 프라이버시 코인이 수학적 이론에 의존한 채 코드 구현 결함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넬대 암호학 교수 일레인 시 역시 “AI가 4년간 인간이 놓친 결함을 12시간 만에 탐지한 것은 AI 기반 코드 감사가 이제 의무 절차가 돼야 함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 CFTC가 프라이버시 코인에 대한 AI 감사 보고서 제출 의무화를 검토 중인 만큼, 관련 규제 리스크가 빠르게 현실화할 수 있다고 본다.

0
공유

Copyright ⓒ 리포테라.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