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약테러조직 훈련소 폭격
현장 취재 결과 ‘젖소 목장’
군사작전 정치적 쇼케이스 활용

미 국방부가 ‘마약테러조직 훈련소’라며 공개한 폭격 영상의 실체가 민간 젖소 목장으로 밝혀지면서 군사작전의 투명성과 표적 식별 절차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에콰도르 현장 취재를 통해 미 국방부와 에콰도르 정부의 공식 발표가 사실과 크게 다르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오폭을 넘어 작전 계획부터 실행, 발표까지 전 과정에서 검증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주의 방패’ 정상회의 하루 전에 작전이 발표됐다는 점은 군사작전이 정치적 일정에 맞춰 포장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작전의 취지는 정당했을지 몰라도, 실행과 발표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은 현대 군사작전의 핵심 원칙인 민간인 보호와 투명성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발표와 현실의 괴리: 정보 검증은 어디로

미 국방부는 지난 6일 숀 파넬 수석대변인 명의로 “에콰도르의 요청에 따라 마약테러조직 보급 단지를 타격했다”며 작전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NYT가 확인한 결과 이 시설은 350에이커(약 1.42㎢) 규모의 젖소 목장으로, 주인 미겔(32)이 6년 전 9천 달러에 구입해 암소 50여 마리를 키우던 곳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작전 주체에 대한 허위 발표다. 작전을 아는 취재원 4명은 “미군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순전히 에콰도르군의 단독 작전”이라고 증언했다. 이는 ‘미군 주도 작전’이라는 국방부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에콰도르군은 3일 헬기로 목장에 진입해 노동자들을 구타·고문하고 건물에 방화했으며, 사흘 후인 6일 잔해에 폭탄을 투하한 뒤 그 장면을 촬영했다.
군사작전에서 표적 식별은 교전규칙(ROE)의 핵심이다. 특히 대테러 작전에서는 ISR(정보·감시·정찰) 자산을 동원해 표적의 성격을 다층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기초적인 토지 소유권 확인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타이밍과 작전 신뢰성의 충돌

작전 발표 시점인 지난 6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에콰도르의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을 비롯한 중남미 보수 지도자들을 플로리다 골프 리조트로 소집한 마약 대응 정상회의 개막 하루 전이었다.
미 국방부는 이 작전을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장관의 영도 하에 서반구 전역의 파트너들을 규합한 노력”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는 군사작전이 외교 일정에 맞춰 ‘쇼케이스’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에콰도르 정부는 다른 마약조직 소탕 때와 달리 압수물 사진도 공개하지 않았다. 단지 “약 50명의 밀매업자 훈련 캠프”였다는 주장만 되풀이했을 뿐이다.
합동작전에서는 지휘통제(C2) 구조가 명확해야 한다. 미군이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면 ‘지원’ 수준을 명확히 밝혔어야 하며, 표적 정보의 신뢰도를 독자적으로 검증했어야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마치 미군 주도 작전인 것처럼 발표하며 정치적 성과를 극대화하려 했다.
민간인 보호 원칙의 붕괴와 교훈

현대 군사작전에서 부수적 피해 최소화는 절대 원칙이다. 이를 위해 NATO나 미군은 표적 선정 시 법무·정보·작전 부서가 참여하는 다단계 검증 절차를 운영한다.
이번 사건은 이러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거나, 정치적 압력으로 우회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목장 노동자들이 겪은 구타와 전기고문은 교전 중 발생한 실수가 아니라 계획된 폭력이었다. 이는 단순한 표적 오인을 넘어 민간인 보호 의무를 고의로 위반한 전쟁범죄 수준의 행위다.
그럼에도 미 국방부는 이를 ‘성공적 작전’으로 포장해 전 세계에 홍보했다.
이 사건은 군사작전의 투명성이 왜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작전 발표가 정치적 목적으로 왜곡될 때, 군의 신뢰성은 치명타를 입으며 더 나아가 무고한 시민이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혀 생계 수단을 잃는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