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함대도, 스텔스 전투기도 아니다. 이란이 미국에 들이미는 무기는 값싸고 소모적이며, 막으면 막을수록 상대의 지갑을 먼저 바닥내는 ‘저비용 고통 유발’ 체계다. 그 실체가 이제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란이 예고한 ‘새로운 전쟁 방식’의 핵심 전력은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된다. 하늘에는 장거리 자폭 드론 아라쉬-2가, 바다 밑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막을 소형 잠수함이 자리한다.
막아도 손해, 못 막으면 기지 파괴…아라쉬-2의 딜레마 전술
아라쉬-2는 정찰 후 귀환하는 일반 무인기가 아니다. 수백 킬로그램의 폭약을 싣고 목표물에 그대로 들이박는 편도 비행 무기, 사실상 저가형 순항미사일이다.
이란 측 발표 기준 사거리는 약 2,000km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는 없지만 카타르에 위치한 미 중부사령부 기지와 이스라엘, 걸프 지역 핵심 에너지 인프라를 타격하기에는 충분한 거리다.
아라쉬-2의 진짜 위협은 단일 기체의 파괴력이 아니라 ‘비용 강요(Cost-Imposition)’ 효과에 있다. 이란은 이 드론을 저고도로 수십 대씩 대량 발사해 상대의 방공 레이더를 포화 상태로 몰아넣는다. 방어하는 미군은 기지를 지키기 위해 드론 한 대당 수십억 원짜리 첨단 요격 미사일을 소모할 수밖에 없다.
요격탄이 바닥나는 순간, 이란은 속도와 파괴력이 비교할 수 없이 강한 탄도미사일을 섞어 쏜다. 막아내도 재정 손실, 못 막으면 기지 파괴라는 이중 함정이다.
54km 해협에 숨은 150톤 잠수함…하루 2,000만 배럴의 목줄
드론이 하늘을 교란하는 동안, 바다에서는 150톤급 가디르급 소형 잠수함이 호르무즈 해협의 해저를 누빈다. 폭이 54km에 불과한 이 좁은 수로는 하루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세계 에너지 공급의 심장부다.
가디르급은 얕고 복잡한 해저 지형을 활용해 기뢰를 부설하거나 533mm 중어뢰를 발사한 뒤 신속히 은닉하는 해상 거부 작전에 특화된다. 이 소형 잠수함은 압도적인 화력을 갖추지 않아도 해협 자체를 봉쇄 위협 상태로 유지하는 것만으로 전략적 목적을 달성한다.
전면전 없는 소모전…미국을 발목 잡는 ‘끈적한 전략’
이란의 이 전략은 미국과의 전면전을 피하면서 중동 내 미군의 작전 피로도를 극대화하는 데 설계 목적이 있다. 하늘의 자폭 드론 포화와 바다의 잠수함 위협이 동시에 가동되면, 미군은 방공과 해상 방호라는 두 전선에서 동시에 자원을 소모해야 한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운용한 이란제 샤헤드-136 드론이 전선에서 검증한 전술과 같은 논리 구조다. 비싼 무기를 가진 강대국이 싸구려 무기를 쥔 상대의 소모전에 발목을 잡히는 이 새로운 전쟁 양상은, 지금 이 순간 중동에서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