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들고 갔는데 창고가 비었다”…독일, 토마호크 400발 ‘1조7000억’ 주고도 못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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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경제 대국 독일이 미국산 장거리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약 400발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1억5000만 유로(약 1조7000억 원)의 예산을 들고 워싱턴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다.

독일이 구매 제안을 공식 제출한 것은 지난해 7월이다. 토마호크 미사일과 이를 지상에서 운용하는 타이폰(Typhon) 시스템을 패키지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명확한 답변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토마호크 구매 압박 국면
토마호크 구매 압박 국면 / 연합뉴스

표면적으로는 구매력의 문제가 아니다. 미사일 자체가 없다는 것이 본질이다.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미국의 토마호크 재고가 심각하게 소모됐고, 미 국방부는 제조사인 레이시온과 7년간의 생산 확대 계약을 긴급 체결할 정도로 비상이 걸린 상태다.

1000km 후방을 노려야 하는 이유

독일이 토마호크 도입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유럽 육군의 치명적인 능력 공백이 있다. 러시아는 사거리 500km의 이스칸데르, 1500km 이상을 노리는 칼리브르, 극초음속의 킨잘을 앞세워 유럽 전역을 압박하고 있다.

독일 장거리 공백 경고
독일 장거리 공백 경고 / 연합뉴스

반면 독일을 포함한 유럽 육군은 1000km 이상 떨어진 러시아 서부 지휘소나 보급망을 직접 타격할 수단이 전무하다. 사거리 1200~2500km를 자랑하는 토마호크를 확보하면 러시아 심장부와 칼리닌그라드가 사정권에 들어오며, “유럽을 공격하면 러시아 후방도 무사하지 못한다”는 강력한 억지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독일도 타우러스 개량형과 유럽 독자 장거리 타격 무기인 ELSA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무기들이 2030년 이전에 실전 배치될 가능성은 불확실하며, 이 4년의 공백이 독일을 토마호크 긴급 도입으로 내몬 핵심 이유다.

재고부족 속 동맹 신뢰 균열
재고부족 속 동맹 신뢰 균열 / 뉴스1

비어버린 미국의 창고, 줄 서는 동맹국들

독일이 예산을 들고 찾아가도 즉각적인 물량 확보가 어려운 데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일본과 네덜란드도 이미 토마호크 인도를 기다리며 줄을 선 상태다. 자국 군대의 소요를 채우기도 벅찬 미국이 동맹국의 대규모 수출 물량을 즉각 배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발당 가격도 부담이다. 400발에 11억5000만 유로, 즉 발당 약 290만 유로(약 46억 원)에 달하는 이번 구매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가격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독일 국방부가 추가 비용 지불 의사까지 내비친 것은, 그만큼 안보 공백에 대한 절박감이 극에 달했음을 방증한다.

흔들리는 미국의 약속, 홀로 서야 하는 독일

정치적 변수가 독일의 목을 더욱 조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4년 7월 SM-6, 토마호크, 극초음속 무기를 2026년부터 독일에 순환 배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주독 미군 감축이 거론되면서 이 약속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직접 워싱턴을 찾아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맹의 약속이 행정부 교체 한 번에 뒤집히는 현실은, 유럽이 독자 방위 능력 확보에 더욱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냉혹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11억5000만 유로를 들고도 미사일을 받지 못할 수 있는 독일의 현실은, 단순한 무기 거래의 문제가 아니다. 이란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미사일 대란, 트럼프발 동맹 불신, 러시아의 장거리 위협이 한꺼번에 맞물리며 유럽 안보 지형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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