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개봉한 공포영화 《스승의 은혜》 리뷰 영상 하나가 뜨거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2021년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에는 현재까지 251만 회의 조회수와 4,300개가 넘는 댓글이 쏟아졌는데, 그 내용은 영화 비평과는 거리가 멀다.
1980~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3040세대가 교사에게 당했던 촌지 갈취와 가혹한 체벌 경험을 릴레이로 폭로하는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문제는 이 집단적 분노가 정작 과거 가해자가 아닌, 지금 교단을 지키는 2030 젊은 교사들에게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상처가 만든 ‘잠재적 가해자’ 낙인
영화 속 주인공처럼 가난하다는 이유로 조롱받고 체벌을 당했던 과거의 학생들은 이제 10대 자녀를 둔 학부모가 됐다. 이들이 겪은 집단 트라우마는 자녀를 무조건 보호하겠다는 극단적 방어 기제로 변모해 교육 현장을 덮치고 있다.
2011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직접 체벌이 명시적으로 금지되기 전까지, 학교는 촌지와 물리력이 암묵적으로 묵인되던 공간이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체벌과 촌지가 당시 사회적 규범으로 여겨졌던 만큼, 피해 경험은 세대 전체의 집단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의 억울한 상처를 가진 학부모들이 지금의 교사를 잠재적 가해자로 인식하면서 과도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악순환이 구조화됐다. 정작 그 분노의 화살이 꽂히는 곳은 과거 피해와 무관한 2030 저연차 교사들이다.
은퇴 선배 연금 300만 원 vs 초임 후배 월급 230만 원
세대 간 모순은 소득 격차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촌지를 챙기고 체벌을 행사하던 세대의 교사들은 이미 은퇴해 안정적인 노후를 누리고 있다. 교육직 퇴직 공무원의 절반가량이 매달 300만 원 이상의 연금을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선배들의 업보를 고스란히 떠안은 9호봉 초임 교사의 실수령액은 월 230만 원 남짓에 불과하다. 은퇴한 선배의 노후 연금이 지금 교단을 지키는 청년 교사의 한 달치 노동 대가를 가뿐히 넘어서는 셈이다.
버티지 못한 젊은 교사들, 교단을 등진다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노동과 저임금의 이중고에 놓인 젊은 교사들은 결국 교단을 떠나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교직 경력 5년 미만 저연차 교사의 중도 퇴직은 2020년 290명에서 2024년 380명으로, 불과 5년 사이 31%나 급증했다.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면 전체 중도 퇴직자 수 역시 매년 역대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 윤상철 교수는 “과거 교육계의 부조리를 비판하려다 오늘날 교육 현장 전반의 권위와 신뢰가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우려했다.
과거의 빚은 선배 세대가 졌지만, 그 가혹한 청구서는 월 230만 원을 손에 쥔 2030 청년 교사들이 치르고 있다. 세대 간 정의가 뒤틀린 이 구조적 모순을 바로잡지 않는 한, 교권 붕괴와 인재 이탈의 악순환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