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코미디”…中대사 발끈, 히드로 공항 직원 ‘스파이 유죄’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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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기밀을 훔치는 고전적 스파이 활동은 이미 과거의 일이다. 오늘날 중국의 해외 정보 활동은 무역 간부와 공항 수비대 직원이라는 ‘합법적 직업’을 위장막 삼아, 타국으로 망명한 자국 반체제 인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영국 법원이 최근 런던 주재 홍콩경제무역대표부 소속 간부 1명과 히드로 공항 국경수비대 직원 1명에게 외국 정보기관 지원 혐의로 유죄를 선고하면서, 그 실체가 법정에서 공식 확인됐다. 영국 국경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공항 보안 인력까지 사찰망에 포섭된 사실은, 이 작전의 치밀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네이선 로 입국 거부 장면
네이선 로 입국 거부 장면 / 뉴스1

합법적 직업 뒤에 숨은 이중 정체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단순한 정보 수집이 아니라 영국의 주권 기반 시스템을 내부에서 무력화하려 했다는 점이다. 홍콩경제무역대표부 간부는 무역 업무를 명분으로 런던 현지에서 자유롭게 활동했고, 히드로 공항 수비대 직원은 출입국 시스템을 통해 표적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역할을 맡았다. 두 사람이 추적한 표적은 홍콩 민주화 시위를 이끌었던 네이선 로 등 영국으로 망명한 활동가들로, 홍콩 당국은 이들에게 각각 10만 파운드(약 1억 7,00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고 수배 중인 상태다.

국경 시스템 침투가 의미하는 것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히드로 공항 수비대 직원의 역할이다. 공항 국경 관리 인력이 외국 정보기관의 조력자로 활동했다는 것은, 감시 대상이 영국에 입국하거나 출국하는 순간 그 정보가 곧바로 홍콩 당국에 흘러들어갈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영국의 출입국 보안 체계 전체의 신뢰성에 균열을 일으키는 사안으로, 영국 당국이 방첩 수사를 대폭 강화하는 배경이 됐다.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중국의 해외 탄압이 정보 수집에서 직접적 신체 위협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중국 스파이 유착 혐의 보도
중국 스파이 유착 혐의 보도 / 뉴스1

중국의 역공과 외교 충돌의 구조

법원의 유죄 판결이 나오자 중국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위였다. 정저관 주영 중국대사는 영국 외교발전부 관계자를 직접 불러 이번 판결을 “정치적 코미디”라고 규탄하며, 실상은 홍콩 내란 세력을 비호하기 위한 정치적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는 단호한 반격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까지 덧붙였다. 타국 영토에서의 불법 사찰이 법정에서 입증됐음에도, 체제 안정을 명분으로 사찰의 정당성을 공개적으로 고수하는 태도는 이례적이다.

이번 사건은 영국이 국가보안 관련 제도와 방첩 체계를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터져 나왔다. 중국이 ‘외교적 면피’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강경하게 나온 것은, 해외 반체제 인사 탄압을 대외 정책의 핵심 기조로 유지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영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은 이제 단순한 외교 마찰이 아니라 주권과 사법 관할권을 둘러싼 구조적 충돌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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