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유가 110달러 돌파
“미·이스라엘 외교관 퇴출 국가는 허용”
IRGC 발표… 서방 동맹 무너지나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한 지 10일이 지났다. 전 세계 해상 석유·LNG 운송량의 20~25%가 통과하는 이 좁은 수로는 현재 완전히 막혔다.
최소 150척의 유조선이 해협 양쪽 끝에서 발이 묶였고, 170척의 컨테이너선(45만 TEU)이 페르시아만 내부에 갇힌 상태다. 유가는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9일 IRGC는 “미국과 이스라엘 외교관을 자국에서 퇴출시키는 유럽·아랍 국가에는 해협 통과를 허용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에너지 위기를 지렛대로 서방 동맹을 분열시키려는 전형적인 비대칭 전략이다.
한국에게 이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원유의 70.7%, LNG의 20.4%를 중동에서 수입한다. 해상교통로(SLOC) 안보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호르무즈 해협, 비대칭 전력의 완벽한 무대

호르무즈 해협은 매우 좁은 수로로 알려져 있으며, 이란은 이 지형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왔다.
IRGC 해군은 소형 고속정, 기뢰, 연안 미사일 시스템 등으로 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해군의 항공모함 전단도 이 좁은 수역에서는 기동성이 제한된다는 분석이 있다.
실제로 이번 봉쇄 기간 중 민간 선박 4척이 피격되어 사상자가 발생했다. IRGC는 VHF 무선 채널을 통해 “어떤 선박도 통과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반복 송출 중이다.
역사적으로 비교하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더 명확해진다. 1979년 이란 혁명 당시 일일 400만 배럴(6%), 1990년 걸프전 때 430만 배럴(7%)의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
하지만 2026년 호르무즈 봉쇄는 최대 일일 2,000만 배럴의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에너지 충격이다.
군사적 해법의 딜레마

국제사회의 군사적 대응 옵션은 제한적이다. 미 해군이 항모 전단을 투입하더라도 좁은 해협에서의 작전은 위험부담이 크다. 이란의 대함 미사일과 기뢰 전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더욱이 하메네이 사망 이후 이란 내부에 명확한 대체 세력이 없어 협상 상대조차 불분명하다. 서강대 허윤 교수는 “봉쇄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주요 해운사들은 이미 대응에 나섰다. Hapag-Lloyd는 호르무즈 통과를 전면 중단했고, Maersk는 희망봉 우회 항로로 전환했다.
CMA CGM은 페르시아만 내 모든 선박에 즉시 대피를 지시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장상식은 “공식 봉쇄가 아니어도 민간 선박 피격 보도만으로 운항 비용이 급증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SLOC 안보, 재검토 시점

이번 사태는 한국 해군의 원양 작전 능력과 에너지 안보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다. 산업통상부는 비축유 방출과 대체 물량 도입을 준비 중이지만, 이는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원 다변화와 함께 해상교통로 보호를 위한 해군력 투사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란의 ‘외교관 퇴출’ 조건은 교묘하다. 유럽과 아랍 국가들에게 미국과의 동맹이냐, 에너지 안보냐를 선택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이는 해협 봉쇄가 단순한 군사 행동이 아니라 정교한 지정학적 전략임을 보여준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금 비대칭 전쟁의 교과서를 쓰고 있다. 한국은 이 사태를 통해 에너지 안보와 해군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