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이란 전쟁 발발 후 한 달, 매일 새벽 폭음이 울려 퍼지는 이란 수도에 한국 대사관은 여전히 ‘잔류’ 중이다. 대부분의 서방 국가가 철수를 마친 가운데, 한국·일본·핀란드 단 3개국만이 현지에 외교관을 남겨뒀다.
표면적 명분은 ‘교민 보호’다. 현지 다문화 가정 중심으로 약 40명의 한국인이 남아 있다.
하지만 정부가 폭격 속에서도 대사관 10여 명을 철수시키지 않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외교 당국 관계자는 “전후 호르무즈해협 상황을 고려해 한-이란 관계를 적절히 관리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지금 이란에 남는 것이, 전쟁 이후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경제 재진출의 ‘보험’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호르무즈 봉쇄한 이란, “곁에 남은 나라 기억한다”

현재 호르무즈해협은 사실상 ‘주차장’이다. 이란의 봉쇄로 3,000척 이상의 선박이 발이 묶였고, 이란은 연일 “미국·이스라엘 외 국가는 통과 가능”이라는 메시지를 뿌린다.
미국과 서방을 분리시키려는 전략이다. 미군이 이란 방공망 80%, 탄도미사일 발사대 60%를 파괴했지만, 이란은 여전히 해협 통제권을 쥐고 있다.
정부는 여기서 ‘전후 어드밴티지’를 본다. 한 외교 소식통은 “원체 고립된 나라라 곁에 남아준 국가를 쉽게 잊지 않는다”며 “전후 이란 정부는 남았던 나라와 떠난 나라를 나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는 지난 26일 “이란과 협의한다면 한국 선박 안전에 문제가 없다”며 우호적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 시, 이란 시장 재진출에서 한국 기업이 경쟁국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기대다.
동맹 이탈 vs 실리 외교, 외줄타기의 위험

문제는 이 전략이 ‘동맹 이탈’ 시그널로 오독될 위험이다. 쿠제치 대사는 같은 자리에서 “한국이 미국·이스라엘 주도의 불법 전쟁에 동참하지 않길 바란다”고 못 박았다.
이란이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보고 미국 동맹을 흔들려는 시도다. 중동 전문가는 “이란이 한국을 주목하는 건 한국이 미국 동맹이기 때문”이라며 “에너지 수송로 확보가 서방 연대 이탈로 비쳐져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국 정부는 지금 미묘한 줄타기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협이 곧 개방될 것”이라 낙관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란이 몇 주 이상 버틸 능력이 있다”고 본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한국의 ‘잔류 전략’은 더 큰 외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반면 조기 종전 시 이란과의 관계는 호르무즈 재개방 협상에서 실질적 자산이 된다.
전후 중동 질서, 韓 외교의 ‘포지셔닝 게임’

결국 이번 대사관 잔류는 전후 중동 질서 재편을 내다본 ‘포지셔닝 게임’이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데, 호르무즈는 그 생명줄이다.
전쟁 중 이란에 남아 ‘명분’을 쌓되, 미국 동맹 관계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걸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 고난도 외교다.
정부는 ‘교민 보호’와 ‘전후 관계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지만, 이란의 동맹 갈라치기와 미국의 시선이라는 이중 압박도 커지고 있다.
향후 몇 주간 전황 추이와 해협 개방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이 ‘대사관 버티기’가 실리를 가져올지, 아니면 외교적 부담으로 남을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폭음 속에서도 태극기를 내리지 않은 선택의 대가는, 전쟁이 끝난 뒤에야 분명해질 것이다.




















잘 해습니다
제갈공명같은 현자가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