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예상치 못한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30일 발표한 긴급 보고서에서 “한국, 일본, 유럽 등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들이 독자 핵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냉전 종식 이후 가장 안정적이라 평가받던 핵확산 금지 체제(NPT)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이 연구소는 성주 사드 포대의 중동 이전 문제를 주목했다. 미국이 여러 전선에서 동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의 한계를 스스로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이란 전쟁 기간 동안 북한은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하며 위협 수위를 높였고, 중국과 일본 간 센카쿠(댜오위다오) 영유권 긴장도 급격히 고조됐다.
동맹국 방위를 약속했던 미군 자산이 정작 중동에 묶인 사이, 동아시아 안보 공백이 현실화된 것이다.
RUSI는 “미국이 동맹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확고히 하지 않는 한, 핵 도미노 압력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시급한 조치를 촉구했다.
한반도·일본, 핵무장론 현실화 단계 진입

한국 내 핵무장 여론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갤럽 등 주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 이상이 자체 핵무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ICBM급까지 고도화된 상황에서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약해진 결과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명확한 위협 규정이 사라지면서, 한국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개입 의지가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움직임은 더욱 구체적이다. 다카이치 정권은 올해 안에 3대 방위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를 개정하면서 전후 70년간 유지해온 ‘비핵 3원칙’ 재검토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다.
일본 보수층 내에서는 “중국이 핵탄두를 빠르게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의존만으로는 억지력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영국 국방부가 2015년 보고서에서 “런던은 LA보다 북한에 더 가깝다”며 북핵 위협을 경고했던 것처럼, 도쿄 역시 실질적 위협에 직면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확장억지 신뢰 회복만이 핵도미노 차단 방법

RUSI는 “핵확산 금지 체제의 신뢰성을 회복하려면 미국이 동맹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재확인하고 실질적 확장억지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은 이란, 우크라이나, 대만 해협 등 다중 전선에 전력이 분산되면서 동시 대응 능력에 의문을 받고 있다. 만약 한반도나 동유럽에서 추가 위기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군사적 개입이 가능한지가 동맹국들의 최대 관심사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나 상시적 전략자산 순환배치 등 가시적 확장억지 강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독자 핵무장론은 계속 확산될 수밖에 없다.
국방 전문가들은 “핵개발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들이 정치적 결단만 내리면 2~3년 내 핵무장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특히 한국은 농축 우라늄 생산 능력과 미사일 기술을 모두 갖춘 ‘잠재적 핵보유국’이다.
결국 현재 국제 안보 질서는 분기점에 서 있다. 미국이 확장억지 공약을 재정립하고 동맹 네트워크를 재구축하느냐, 아니면 동맹국들이 독자 핵무장 경쟁에 뛰어들어 ‘핵무기 보유국 20개 시대’로 접어드느냐의 갈림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