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아이에게 사준 삼륜차가 중금속 덩어리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고물가 시대에 가격 절반짜리 해외 구매대행 제품을 선택한 소비자들이 뒤늦게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고 있다.
다섯 개 중 하나, ‘위험 제품’이었다
국가기술표준원이 시중에 유통 중인 해외 구매대행 제품 420개를 무작위로 수거해 안전성을 점검한 결과, 85개 제품이 국내 안전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적합률 20%, 즉 다섯 개 중 한 개꼴로 화재, 감전, 유해 물질 노출 등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 수치는 국내 정식 유통 제품의 평균 부적합률인 5%와 비교하면 무려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가 싼값을 믿고 구입한 제품이 정작 안전이라는 최소한의 조건조차 갖추지 못한 셈이다.
속눈썹 고데기 88%, 유아 삼륜차 80%…일상이 위험지대
품목별 부적합률을 들여다보면 피부에 직접 닿는 속눈썹 열 성형기가 조사 대상의 88%에서 불량 판정을 받았고, 인테리어용 LED 등기구도 83%가 화재 위험을 내포한 불량품으로 확인됐다. 전동 킥보드 이용자의 생명을 지켜야 할 승차용 안전모조차 열 개 중 일곱 개가 충격 보호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영유아 전용 제품군이다. 어린이 제품 178개 중 38개가 중금속 등 유해 물질 기준치를 밑돌았으며, 특히 유아용 삼륜차는 80%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매일 아이 몸에 닿는 아동용 섬유 제품에서도 치명적 불량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KC 인증 우회가 불러온 ‘제도의 역설’
불량률이 이토록 치솟은 데는 현행 법령의 허점이 자리하고 있다. 일부 전기용품과 생활용품은 소비자 선택권 보장이라는 취지 아래 KC 인증 마크 없이도 예외적으로 유통이 허용된다. 그런데 일부 사업자들이 이 제도적 예외를 악용해 기본 검증조차 거치지 않은 불량 제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무분별하게 판매해 온 것이다.
정부는 이번 조사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85개 제품에 대해 즉각 판매 중단을 명령하고, KC 인증을 우회해 어린이 용품을 판매한 업체들에 형사 고발과 과태료 처분을 예고했다. 하지만 제도의 구조적 허점이 손질되지 않는 한 유사한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구매대행이 가성비의 상징에서 일상 속 안전 위협으로 전락한 지금, 소비자 스스로 KC 인증 여부를 확인하고 지나치게 저렴한 제품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