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입대 회피하려 이혼?
당국도 못 막는다
기상천외한 군대 회피법

북한에서 고급중학교 졸업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군 입대를 피하기 위해 위장 이혼을 선택하는 극단적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함흥시 사포구역에서 아들의 초모(입대)를 앞두고 갑자기 이혼한 가정이 적발되면서 이러한 ‘입대 회피 이혼’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개별 사례가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 당국이 노동신문을 통해 러시아 파병군의 전사자 국가표창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이후, 부모들의 불안은 공포로 변했다.
해외작전 희생자들의 영정사진과 영상이 확산되면서 “해외작전에 끌려가면 죽는다”는 인식이 자녀를 둔 가정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당국이 전사자 가족에게 평양 거주를 허용하고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을 설치하는 등 ‘영예화’ 조치를 내놓았지만,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북한의 징병 체계 자체가 균열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황해북도 대열보충국은 2024년 초모 계획 인원의 60%만 충원하는 데 그쳤다. 이는 단순한 인구 감소 문제를 넘어서는 구조적 위기다.
병력 동원 체계의 3중 취약성

북한에서 군 입대를 공식적으로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네 가지다. 대학 진학, 전염병 보균, 신체 장애, 그리고 부모의 이혼이다.
마지막 항목은 ‘가정혁명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입영 대상에서 제외된다. 단, 담임교원과 청년동맹 조직이 학생의 도덕·정치 품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예외가 될 수 있다.
과거에는 허위 진단서가 주요 회피 수단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발급 의사까지 처벌 대상이 되면서 이 방법이 사실상 차단됐다.
결과적으로 대학 진학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 가정에는 위장 이혼만이 유일한 선택지로 남았다. 한 소식통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평양 아파트를 받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부모들의 절박함을 전했다.
계층화된 병역의 불평등 구조

더 큰 문제는 입대 기피가 계층적으로 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권력과 경제력을 가진 가정의 자녀들은 대학 진학으로 입대를 우회하거나, 입대 후에도 인맥을 동원해 안전한 부대로 배치된다. 반면 저소득층 자녀들은 부모의 이혼이라는 가족 해체까지 감수해야 한다.
북한의 전통적인 성분 제도에 경제력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추가되면서, 군 복무는 더 이상 ‘평등한 의무’가 아니게 됐다. 이는 징병제의 가장 중요한 정당성 기반인 ‘보편적 부담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입대를 앞둔 가정에서는 “어떻게든 군대에 보내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공공연해졌고, 이는 군에 대한 신뢰 자체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북한 부모들의 위장 이혼은 단순한 입대 기피 현상이 아니라 파병 공포, 계층적 불평등, 그리고 징병 체계의 구조적 한계가 중첩되면서 나타난 병력 동원 체계의 근본적 균열이다.
당국이 ‘영예’로 포장하려 할수록 주민들의 공포는 깊어지고, 저소득층은 극단적 선택을 강요받는다. 이러한 체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