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이글’ 사진 즉시 삭제
미·중·러 극초음속 경쟁 본격화
사진 한 장이 불러온 공포

미 육군이 올린 사진 한 장이 수시간 만에 사라졌다. 21일 공식 채널에 게시된 극초음속 미사일 ‘다크 이글(Dark Eagle)’ 실물 사진이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삭제됐지만, 러시아 군사 분석가 디미트리 스테파노비치가 캡처해 X(구 트위터)에 재공개하면서 전 세계 방산 커뮤니티로 급속히 퍼졌다.
미 육군은 삭제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 무기가 더 이상 시험품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의 사진은 지난해 7월 호주에서 열린 미·호 연합훈련 ‘탈리스만 세이버 25’ 당시 촬영됐다. 다크 이글 발사대의 배치 형태와 타이폰 중거리 발사기의 선박 적재·하역 훈련 장면이 담겼다.
시험 단계에서는 비교적 자유롭던 사진 공개가, 실전 배치 단계에 접어들면서 보안 기준이 급격히 올라간 결과다. 발사대 구성이나 적재 방식 같은 세부 정보가 적대국의 대응 분석에 직접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한 장의 삭제가 오히려 배치 임박의 가장 강력한 신호가 된 셈이다.
마하 5로 날아와 경로를 바꾸는 미사일

다크 이글은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지상발사형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로켓 부스터가 탄두를 대기권 상층까지 밀어 올리면, 분리된 활공체가 마하 5(시속 약 6,100km) 이상으로 목표까지 날아간다.
일반 탄도미사일과의 결정적 차이는 비행 중 경로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포물선 궤적을 따르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다크 이글은 예측 불가능한 기동으로 요격망을 뚫는다.
미 의회조사국(CRS) 기준 사거리는 약 2,776km다. 서울에서 발사하면 괌을 넘어 필리핀권까지 닿는 거리다. 이동식 발사대 4기가 1개 포대를 구성하며, 포대당 미사일 8발을 실을 수 있다.
대형 트럭으로 도로 이동이 가능해, 발사 후 즉시 자리를 옮겨 보복 타격을 피할 수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광활한 영토를 가진 적대국을 상대로, 고정 기지가 아닌 이동형 타격 수단이 필수적이라는 미군의 판단이 담긴 무기체계다.
세 번의 실패, 그리고 3.9조원의 선택

하지만 다크 이글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2019년 개발을 시작했지만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시험 실패와 취소가 이어지며 배치 목표를 세 차례나 연기했다.
극초음속 기술 자체의 난이도도 높지만, 센서 융합과 발사대 통합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기술적 문제가 반복됐다. 2024년 12월에야 첫 종단간 실사격에 성공하며 실전 배치의 문턱을 넘었다.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미 회계감사원(GAO) 기준 1포대 비용만 약 27억 달러(약 3조9,000억원)에 달한다. 미사일 1발 단가도 약 4,100만 달러(약 590억원)로 추산된다.
올해 초 워싱턴주 루이스-맥코드 기지에 1포대가 배치됐고, 2포대는 올해 하반기 배치를 목표로 록히드마틴에 7억5,600만 달러 지상장비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장기 조달 목표는 최대 300발이다.
천문학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미군이 극초음속 전력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미 이 분야에서 한발 앞서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 경쟁

다크 이글의 실전 배치는 단순한 신무기 도입이 아니라, 극초음속 미사일 경쟁에서 미국이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섰다는 신호다. 이제 극초음속 무기는 ‘미래 기술’이 아니라 ‘현재 전력’이 됐다.
미 육군이 사진 한 장을 삭제한 배경에는, 이 무기가 더 이상 보여줄 수 있는 시험품이 아니라 감춰야 할 전략자산이 됐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경쟁이, 이제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