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베이징行 또 미루더니
‘협상 카드’도 줄어든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중 정상회담이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당초 3월 31일 베이징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예정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이미 5~6주 밀렸고, 이제는 추가 연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타이밍의 정치학’이 얼마나 예민한 문제인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란 전쟁이 발목 잡은 회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16일(현지시간) “전쟁 때문에 미국에 있고 싶고, 여기 있어야 한다”며 방중 연기를 직접 요청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이에 더해 “미 행정부가 이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정상회담 일정 논의 자체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회담 시점이 전쟁의 향방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백악관은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며 발표가 곧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날짜는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협력하고 있으며, 시진핑 주석을 만나길 기대한다”고 했고, 중국 외교부 대변인 린젠도 “계속 소통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주미 중국대사관은 “제공할 정보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두 나라 모두 회담을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제 일정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 형국이다.
양국 모두 ‘전쟁 중 악수’가 부담스럽다
회담이 지연되는 이유는 일정 조율의 문제만이 아니다. 미국 내부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한 만큼, 전쟁이 한창인 시기에 정상회담을 강행하면 국내 정치적 부담이 커진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대로 중국은 회담을 강행할 경우 미국의 군사행동을 사실상 묵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두 나라가 서로 다른 이유로, 그러나 같은 결론에 도달한 셈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겹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트럼프는 해협 개방을 위한 군함 파견을 7개국에 요청했지만 아직 확약을 받지 못한 상태다.
중국은 지난 20년간의 에너지 자립 정책으로 3~6개월치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어 유가 충격에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반면 미국의 미사일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는 100%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어,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미국의 협상 카드가 줄어드는 구조다.
소통 공백이 낳을 더 큰 리스크
두 나라의 마지막 정상 직접 대면은 2025년 10월 30일 부산 APEC 정상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3월 8일 “양국이 교류하지 않으면 오해와 오판을 초래하며 충돌과 대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무 협의를 통해 무역 안정은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있지만, 정상 간 직접 소통이 끊길 경우 미중 관계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다. 관세 전쟁의 ‘획기적 전환’을 기대했던 회담이 계속 미뤄질수록, 글로벌 공급망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미중 정상회담 연기는 단순한 일정 변경이 아니다. 이란 전쟁, 호르무즈 해협 위기, 희토류 의존, 국내 정치 부담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물이다.
세계 두 강대국이 ‘언제 만날 것인가’를 두고 눈치를 보는 사이, 그 공백이 남긴 불확실성은 이미 전 세계 외교 지형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