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훈계하다 오히려 폭행 혐의”…일반 시민 단속 권한 없다, 법조계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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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어른에게 맞은 10대가 경찰에 신고한다. 불과 20~30년 전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지만, 지금은 흔한 현실이 됐다.

인천 남동구의 한 공원에서 80대 남성 A씨가 10대 학생 4명을 폭행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되면서, 오랫동안 잠복해 있던 세대 간 ‘훈계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건의 발단…아동복지법까지 적용 검토

지난 16일 오후 3시께 인천시 남동구의 한 공원에서 10대 학생 4명이 80대 남성으로부터 얼굴과 팔 부위를 맞았다고 신고했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A씨와 피해 학생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경위를 확인 중이며, 피해자가 10대인 만큼 아동복지법 위반 여부도 함께 들여다볼 방침이다.

공원 폭행 경고 장면
공원 폭행 경고 장면 / 연합뉴스

온라인에서는 “학생들이 공원에서 담배를 피우다 훈계받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한편, “길에서 청소년 흡연을 봐도 요즘은 한마디 하기도 겁난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사건의 정확한 경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댓글창은 그 자체로 세대 충돌의 현장이 됐다.

법은 이미 바뀌었다…’손이 가는 순간’ 폭행죄 성립

형법 제260조에 따르면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상해 여부와 관계없이 폭행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며,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피해자가 18세 미만이면 아동복지법 제17조가 함께 적용돼 최대 5년 이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유해행위와 공원 대응
유해행위와 공원 대응 / 연합뉴스

형사법 전문가들은 “훈계 중에 일어난 행동이라는 주장은 정당행위(형법 제20조)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도로로 뛰어드는 아이의 팔을 잡는 수준은 허용될 수 있지만, 흡연이나 소란을 이유로 때리거나 밀치는 행위는 사회상규를 벗어난 폭력으로 간주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공공장소에서의 청소년 흡연 단속 권한도 일반 시민에게는 없다. 국민건강증진법상 금연구역 과태료 부과는 지자체 공무원과 금연지도원 등 공적 권한을 부여받은 인원만 가능하며, 시민이 직접 신체로 제지하면 오히려 폭행 혐의를 받을 수 있다.

청소년 흡연 추적 기록
청소년 흡연 추적 기록 / 뉴스1

10여 년 사이 급변한 제도…민법 ‘징계권’도 삭제됐다

이 같은 변화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2010년 서울시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학교 내 체벌을 전면 금지했고, 2011년 전후로 학생인권조례가 확산되면서 교사의 체벌은 징계·형사처벌 대상이 됐다. 나아가 2021년 1월에는 국회가 민법 제915조의 친권자 ‘징계권’ 조항을 삭제해, 부모조차 자녀에게 신체적 체벌을 가하는 행위를 정당화하기 어렵게 됐다.

아동학대 신고·인정 건수도 2010년대 초반 대비 수배 이상 증가했다. ‘정인이 사건’ 등 반복된 아동학대 비극이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폭력을 더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고, 신고 의무자 범위 확대와 경찰·지자체 전담 조직 신설로 이어졌다.

세대 간 인식의 골…”훈계”와 “폭력”은 같은 행동을 보는 다른 언어

세대 연구자들은 “어른 한마디면 끝이었다”는 말 뒤에 자신이 누리던 권위와 역할을 잃어버린 상실감이 담겨 있다고 분석한다. 반면 청소년 세대는 체벌 없는 학교와 아동인권 교육을 받고 자란 첫 세대로, 모르는 어른의 신체접촉을 즉각적인 인권침해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과거에는 동네 어른과 아이의 갈등이 언성을 높이거나 부모가 나와 사과하는 선에서 정리됐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촬영→경찰 신고→수사→재판으로 이어지는 형사화 루트가 기본 옵션이 됐다. 아동권익은 두텁게 보호되지만, 세대 간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지는 양면성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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