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현수막도, 실향민들의 외침도 통하지 않았다. 2026년 5월 17일 오후 2시 20분께,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39명이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짙은 감색 정장을 맞춰 입은 현철윤 단장과 리유일 감독, 선수단은 단 1분 남짓 만에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환영합니다’를 외치는 실향민 단체 앞에서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2018년 12월 국제탁구연맹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8년 만의 방한이었다. 여자축구로만 따지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다.
8년의 공백, 그리고 냉랭한 재회
이번 방한의 배경은 스포츠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4강 토너먼트 출전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선수 27명과 스태프 12명, 총 39명으로 구성된 선수단은 5월 12일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을 출발해 베이징에서 훈련한 뒤 중국국제항공편으로 입국했다.
북한이 2025년 말 남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첫 공식 방한이라는 점에서 외교적 무게도 상당하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들은 북한 여권을 제시했지만,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사증 스탬프 없이 신분 확인 자료로만 처리됐다. 공항 내부에는 경찰 출입 통제선이 설치됐고, 경호원이 촘촘히 배치됐다.
FIFA 랭킹 11위의 강팀, 수원 결전
내고향여자축구단은 단순한 참가팀이 아니다. 북한 1부리그 2025 시즌 우승팀이자, FIFA 여자 랭킹 11위인 북한 국가대표팀의 핵심 선수 15명이 소속된 실질적인 ‘대표팀급’ 클럽이다.
K리그 분석가 김형규는 “수원FC 위민과의 전력 차이는 2.5골 내외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대회는 5월 20일부터 23일까지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20일 오후 2시에는 멜버른 시티 FC와 도쿄 베르디가 맞붙고, 같은 날 오후 7시에는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의 남북 클럽 대결이 펼쳐진다. 준결승 승자는 23일 오후 2시 결승전에서 격돌한다.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 우리 돈 약 14억 7000만 원이다. 준우승 팀에도 50만 달러가 돌아간다.
스포츠 너머의 메시지, 그리고 전망
이번 방한에는 스포츠 이상의 상징이 담겨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국제적 고립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체육외교를 활용하고 있다”며 “1991년 FIFA 월드유스 이후 35년 만의 대규모 대회 참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AFC 관계자는 북한이 2025년 11월 상하이 집행위원회에서 이번 대회 자동 참가권을 최종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입국장의 냉랭한 분위기는 현재 남북 관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그러나 경기장은 다를 수 있다.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의 맞대결은 단순한 준결승전이 아니다. 8년의 공백 끝에 성사된 한반도 클럽 간의 역사적인 맞대결이다.
북한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만큼, 수원FC 위민의 이변 도전이 이번 대회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스포츠가 정치를 넘을 수 있는지, 그 답이 5월 20일 수원에서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