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치솟는 물가에도 “여기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손님 너무 많아 문제라는 ‘이곳’

저가뷔페·1000원 빵집 ‘역주행’
물가가 만든 소비 풍경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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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요즘 누가 식당에서 밥을 사 먹나 했더니, 여긴 다르다더라.”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데도 유독 북적이는 곳들이 있다. 외식비 부담에 점심도 눈치 보며 먹는 시대, 손님이 너무 많아 고민이라는 ‘저가 맛집’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이 선택한 생존 방식이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물가 공포 속 저가 뷔페의 화려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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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여전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외식비는 지난달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0%나 상승했고, 그 여파는 비빔밥, 냉면, 햄버거, 도시락, 김밥 등 서민 외식 메뉴 전반으로 확산됐다.

특히 도시락은 5.9%, 떡볶이는 5.8% 오르며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 같은 물가 상승은 소비 행태를 바꾸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푸짐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저가 뷔페를 다시 찾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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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7000~8000원대의 한식뷔페, 1만원대 샤브샤브, 2만원대 고기뷔페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고기뷔페 브랜드 ‘고기싸롱’은 2020년 문을 연 이후 4년 만에 전국 매장 수가 130여 곳으로 늘었다. 애슐리퀸즈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0%나 뛰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식재료 가격이 오르면서도 정부 눈치를 보느라 가격을 쉽게 못 올리던 업계가 이제는 기회라고 보고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저가형 외식 브랜드가 더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1000원 빵집’ 열풍… 너무 팔려서 생산 못 따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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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빵집오빠’ 홈페이지 갈무리

반복되는 외식비 인상에 제과점도 예외는 아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대형 프랜차이즈는 빵과 케이크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고, 이런 가운데 ‘1000원 빵집’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특히 ‘빵집오빠’는 오픈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200개의 가맹점을 돌파할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빵이 너무 많이 팔려 생산량을 맞추지 못하는 바람에 신규 가맹 모집을 잠시 중단하고 공장 증설에 들어간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아이들 간식이나 간단한 한 끼로 자주 빵을 사는데, 1000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을 줄여준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싸게 많이 파는 박리다매 전략이 지금처럼 고물가 시대에 더 크게 먹힌다”고 전했다.

저가 뷔페·할인 채소… ‘싼 맛’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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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저가 뷔페나 1000원 빵집만 인기인 건 아니다. 외관에 흠집이 있거나 반품된 리퍼비시 상품, 모양이 일정하지 않아 저렴한 못난이 채소 등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마켓컬리의 못난이 채소 ‘제각각’은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롯데마트는 연어회를 최대 50% 할인한 기간 동안 판매량이 평소 대비 4배 이상 급증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는 할인 기간엔 꼭 사두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한번 올라간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싸게 살 수 있을 때 미리 쟁여두려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이제 김밥도 부담”… 점점 좁아지는 선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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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가격이 오른 건 비싼 외식 메뉴만이 아니다. 한때 서민 음식의 대표주자였던 김밥, 자장면, 편의점 도시락조차 ‘고가 음식’이 되어가고 있다.

김밥은 이미 3000원을 넘어 3500원 선에 안착했고, 편의점 도시락도 평균 5000원에 가까워졌다.

서울에서 1만원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메뉴는 김밥과 칼국수, 김치찌개 백반 정도뿐이다. 삼계탕은 평균 1만7346원, 삼겹살 1인분은 2만276원에 달한다.

한 직장인은 “편의점 도시락보다 조금 나은 음식을 먹고 싶은데, 이젠 그것도 사치”라며 “김밥조차 부담스러운 시대가 될 줄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저가뷔페, 1000원 빵집, 리퍼비시, 못난이 채소 등 예전엔 외면받던 선택지가 지금은 최고의 인기 품목으로 재탄생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이들 ‘생존형 브랜드’의 역설적인 흥행이, 고물가 시대 한국 소비의 새로운 풍경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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