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깎아줘도 “절대 안 사요”… 믿었던 강남마저 배신하자 업계 ‘비명’

200억 내려도 눈길조차 안 준다
투자자도 외면한 강남 부동산
건설업
사진 = 연합뉴스

서울 강남 한복판, 초고가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던 부지가 무려 두 차례나 유찰됐다.

첫 공매 당시보다 200억 원을 내렸지만, 투자자들은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다. 믿었던 강남이 외면당하자 부동산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강남 금싸라기 땅조차 팔리지 않는 현실은 지금의 건설·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깊은 위기를 겪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금난, 미분양,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실패가 이어지며, 수년 전만 해도 뜨겁던 부동산 열기가 이제는 한파로 되돌아왔다.

‘펜디 아파트’도 외면당했다

건설업
사진 = 뉴스1

논현동 114번지 부지는 명품 브랜드 펜디의 인테리어 라인이 적용될 예정이던 ‘포도 바이 펜디 까사’ 프로젝트가 추진되던 곳이다.

지하 7층~지상 20층 규모에 35세대만 공급되는 고급 주거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으며, 입지 면에서도 강남 내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이 부지를 매입한 시행사는 1500억 원에 부지를 사들였지만, 사업비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기한이익상실 상태에 빠졌다. PF 전환에 실패하면서 공매로 넘어간 것이다.

하지만 지난 4일 첫 입찰에서 최저가 3712억 원에 응찰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17일 진행된 2차 입찰에서는 무려 200억 원을 낮춘 3527억 원으로 공매가 이뤄졌지만 결과는 또다시 유찰이었다.

올해 10월까지 8번의 공매가 남았지만, 업계에선 “매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줄줄이 무너지는 건설사들

건설업
사진 = 연합뉴스

문제는 이 부지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강남 도곡동의 ‘오데뜨오곡 도곡’, 청담동 ‘청담501’ 부지도 유사한 길을 걸었다.

사업성에 대한 불확실성과 PF 실패가 맞물리며 공매로 넘어갔고, 수의계약으로 헐값에 넘어가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자 건설사들도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중견 건설사 신동아건설은 지난 1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신동아건설은 ‘파밀리에’ 브랜드로 알려진 주택 전문 건설사이며 도로, 교량 등 공공사업까지 수행해온 기업이었다.

회사는 PF 전환 실패와 미분양 사태, 미수금 증가가 한꺼번에 닥치면서 재무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었으며, 이후 유동성 위기로 60억 원 규모의 어음을 막지 못한 게 결정타가 되었다.

한 관계자는 “손실이 동시다발적으로 몰렸다”며 “청산보다 생존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법정관리를 택했다”고 밝혔다.

214곳 문 닫았다… 줄줄이 도산

건설업
사진 = 연합뉴스

올해 들어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214곳에 이른다. 단순한 시장 철수가 아니라, 대부분이 ‘사업 포기’를 이유로 문을 닫았다. PF 위축, 공사비 상승, 지방 미분양 사태가 겹친 결과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수도권 미분양은 소폭 감소했지만, 지방은 오히려 증가했다. 자금 조달 여건도 악화되어, 5월 전국 주택사업 자금조달지수는 79.3으로 하락했다.

이에 대해 주택산업연구원은 “조달금리가 높고 PF 관리가 강화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건설 수주 감소와 지방 중심의 미분양 적체, 미수금 누적 등 복합 위기 상황에서 사업자의 자금 흐름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서울 집값은 일부 오르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자금 흐름이 이미 한계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남 노른자 땅조차 시장의 외면을 받는 현재의 분위기는, 건설업계 전반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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