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중을 줄이기 위해 맞는 주사가 치매까지 막아줄 수 있을까. 최근 발표된 연구 검토 결과가 그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열어놓으면서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30건 연구 분석…73%에서 독성 단백질 감소
영국 앵글리아 루스킨 대학교 연구진은 세포 배양 및 실험 동물을 대상으로 한 30건의 전임상 연구를 면밀히 검토했다. 그 결과, 30건 중 22건(73%)에서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의 감소가 확인됐고, 19건(63%)에서는 타우 단백질 엉킴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는 뇌 속 신경세포를 손상시키고 사멸시키는 비정상적인 단백질 덩어리로,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인 병리학적 특징이다. 이 두 물질의 축적을 억제한다는 것은 곧 병의 진행 자체를 늦출 수 있다는 의미여서 연구 결과의 무게감이 작지 않다.
오젬픽·위고비의 핵심 성분,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나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약물은 세마글루티드, 리라글루티드, 엑세나티드, 둘라글루티드 등 네 가지 활성 성분으로, 오젬픽·위고비·마운자로 등 익숙한 브랜드명의 주성분들이다. 이 약물들은 원래 식욕 억제와 인슐린 분비 촉진을 통해 당뇨병과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다.

뇌에서는 염증 감소, 인슐린 신호 전달 개선, 아밀로이드 베타 생성에 관여하는 효소 변화 등 복합적인 경로를 통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리라글루티드는 이번 검토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연구됐으며,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을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가장 일관된 효과를 보인 성분으로 꼽혔다.
인체 임상은 ‘엇갈린 결과’…예방 효과에 무게
다만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은 단 2건에 불과했고, 결과도 엇갈렸다. 한 시험에서는 뇌세포 대사가 보존됐고, 다른 시험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일부 감소했지만, 두 시험 모두 인지 기능 저하를 막는 데 유의미한 효과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연구에 참여한 생리학자 사이먼 코크는 “인지 기능 저하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하는 인체 연구는 아직 부족하지만, 현재까지의 증거는 이미 인지 장애가 발생한 환자보다 예방적 효과에 더 가깝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작년에 발표된 별도 연구에서는 세마글루티드와 인지 기능 저하 속도 감소 사이에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GLP-1 약물이 치료보다 ‘예방’의 가능성에 더 가깝다는 점, 그리고 비만과 당뇨병 모두 치매와 연관된 위험 인자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약물의 잠재적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 주목받을 전망이다. 연구진은 “전임상 연구의 4분의 3 이상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타난 만큼, 더 규모 있는 인체 임상 시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