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못 탈 거면 택시 타” .. 버스 기사 입에서 나온 한마디에 주민들 ‘분노’

허리 아픈 노인에 막말 기사
승객 외면한 채 담배 피운 운전사
제주 대중교통 민원, 해마다 급증

“빨리 못 탈 거면 택시 타라.” 버스를 타려던 노인에게 기사 입에서 쏟아진 말이다. 최근 제주에서 대중교통 관련 불친절 민원이 연이어 접수되며, 주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불친절을 넘어 서비스 신뢰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청 홈페이지에는 버스 기사들의 태도와 관련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2022년부터 3년간 접수된 불편 신고는 총 1천534건에 달했다. 그중 ‘승차 무정차’가 784건으로 가장 많았고, 불친절 응대가 231건, 운행 시간 미준수 146건, 노선 이탈 79건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9월 10일 기준 이미 553건이 접수돼 예년 한 해치 민원 건수에 근접했다. 이는 단순한 통계 수치를 넘어, 제주 대중교통 전반에 대한 불만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달 주간혁신성장회의에서 “좋은 정책을 내놔도 현장에서 기사들의 불친절이 이어지면 결국 정책 효과가 반감된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기사 태도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신고 처리 결과를 보면 주의·경고가 726건, 과징금·과태료 부과가 650건이었지만, 근본적인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크다. 일부 피해 주민들은 “처벌은 했다고 하지만 체감되는 변화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제주도는 지난달부터 ‘대중교통 이용 불편 해소 전담팀’을 꾸려 대응에 나섰다. 팀에는 교통항공국장을 비롯해 공무원, 운수 종사자, 언론인, 시민단체, 주민, 학생 등 16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교통 친절 전문 강사를 초청해 합동 교육을 진행하고, 새로운 운수 종사자 매뉴얼도 제작할 예정이다. 또한 준공영제 운수업체 평가 항목 중 친절도 비중을 확대하고, 친절 점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제주 버스의 불친절 논란은 단순한 민원 문제가 아니다. 교통 복지와 직결되는 문제로, 도민과 관광객 모두의 만족도를 좌우한다. 이제는 보여주기식 처벌을 넘어 실질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 도민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