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일해야 집 살 수 있다는데 “여기는 5년 전 가격으로”… 대체 어디길래

서울 한복판 집값 13억 넘었는데
5년 전 가격으로 되돌아간 ‘이곳’
집
사진 =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값이 평균 13억 원을 넘어서며 또 한 번 고점을 찍은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2021년의 가격도 회복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강남 3구를 중심으로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노원·도봉·강북구 일대, 이른바 ‘노도강’ 지역의 회복세는 눈에 띄게 더디다.

서울 안에서도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극명해지면서, 많은 이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강남은 오르는데… 외곽은 ‘시간 멈췄다’

집
사진 =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3억 원을 돌파했다.

KB부동산이 지난 4월 중순 기준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3억 2965만 원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강남구는 2.78% 상승하며 서울 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서초(1.48%), 송파(1.30%), 용산(1.01%) 등도 뒤를 이었다.

반면 노원(-0.22%), 도봉(-0.15%), 강북(-0.04%) 등은 여전히 하락세거나 겨우 보합세를 유지하는 수준이다.

집
사진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이 전반적으로 이어지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가 심화되면서 외곽 지역이 더욱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노원구 중계주공 5단지(전용 76㎡)는 2021년 최고가가 11억 8400만 원이었지만, 지난달 거래가는 9억 6000만 원이었다.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84㎡)도 최고가 12억 원에 한참 못 미치는 8억 7000만 원에 거래됐다.

“강남만 공화국”… 양극화 더 커졌다

집
사진 = 연합뉴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달 28일 “최근 3년간 강남 3구 아파트 시세는 평균 4억 7000만 원(18%) 올랐지만, 서울 전체 평균은 2000만 원(2%) 하락했다”며 강남 중심의 부동산 시장 왜곡을 지적했다.

경실련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강남 중심으로 기울었다”며 “정부 정책이 똘똘한 한 채 수요를 자극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평균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강남의 30평형 아파트를 사기 위해선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74년을 모아야 한다는 추산도 나왔다. 이는 3년 전보다 5년이 더 늘어난 수치다.

정택수 경실련 부장은 “정부가 매입임대 정책을 통해 비싸게 주택을 사들인 것이 시장에 신호를 주며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다세대 주택을 높은 가격에 매입하면서 아파트값까지 끌어올린 셈”라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후분양제 도입, 공공택지 매각 금지 등을 포함한 공급체계 개혁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다음 대선에서 ‘부동산 정상화’를 주요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갭투자’ 사라진 외곽… 회복 힘들다

집
사진 = 연합뉴스

외곽 지역 회복이 더딘 이유 중 하나는 ‘갭투자’의 매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약 54%에 그쳐, 투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과거엔 외곽이 갭투자 대상지였지만, 지금은 매력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의 주요 수요층이 40대의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라는 점도 외곽의 소외를 부추긴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도 이제는 철저히 투자 시각에서 접근하는 시대다. 대출 금리와 세금, 거래 비용까지 고려하면 외곽보다는 미국 주식이 낫다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강남에서는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위해 인생을 저당 잡혀야 하는 반면, 외곽에서는 5년 전 그 시세로 여전히 거래가 가능하다.

똑같이 서울인데도 누군가는 오르고 누군가는 떨어지는 현실 속에서, 이러한 극단적 양극화는 앞으로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까지 뒤흔들 조짐이다.

Copyright ⓒ 리포테라.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