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에 갑자기 두통이 찾아왔다. 약국은 이미 문을 닫았고, 응급실에 가기엔 증상이 가볍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향하는 곳이 바로 24시간 편의점이다. 그 발걸음이 데이터로 증명됐다.
올해 1~5월 편의점 CU의 안전상비의약품 매출 중 무려 50.5%가 오후 9시부터 오전 5시 사이 심야 시간대에 발생했다. GS25 역시 지난해 기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매출 비중이 57.2%에 달했다.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 편의점이 사실상 ‘야간 약국’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주말엔 더 심하다…일요일 매출 비중 최고
요일별로 보면 쏠림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CU에서는 일요일 매출 비중이 23.2%로 가장 높았고, 토요일이 21.3%로 뒤를 이었다. 주말 이틀 합산 비중이 44.5%에 달해 주중 5일을 압도했다.
GS25 역시 일요일 비중이 20.1%로 가장 높았고 토요일이 16.2%였다. 약국 대부분이 문을 닫거나 단축 운영하는 주말, 편의점 상비약 코너가 국민의 ‘비상구’가 되고 있는 현실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시장 규모 555억

편의점 상비약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CU의 올해 1~5월 상비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7% 증가했으며,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11.2%였다. GS25는 2025년 한 해 동안 상비약 매출이 13.8%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편의점 상비약 공급액은 555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편의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꾸준한 두 자릿수 성장률은 이 시장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1종 vs 30만종…품목 확대 논쟁 본격화
편의점 상비약 판매 제도는 2012년 11월, 약국이 문을 닫는 심야·공휴일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현재 허용된 품목은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11종에 불과하다.
편의점 업계는 미국(소매점 기준 약 30만종)·일본(약 1,000종)과 비교하며 한국의 규제가 지나치게 강하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의 건강과 복지 증진을 위해 고(高) 긴급성 중심의 안전상비의약품 확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약사 사회는 품목 확대에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적 상담 없이 의약품을 손쉽게 구매할 경우 오남용이나 중복 복용, 약물 상호작용 등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 핵심 논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