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노후 꿈꾸며 악착같이 모았는데”… 순식간에 ‘물거품’, 완전히 바뀐 분위기에 ‘절규’

전세 절벽 현실화
차관 발언에 20·30세대 분노
월세 최고가, 청년 주거 불안 심화

서울의 한 오피스텔 복도에선 밤늦도록 ‘전세 구합니다’라는 종이쪽지가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이제 전세는 ‘기억 속 제도’가 되어가는 듯하다.

10·15 부동산 규제 이후 청년층의 불안이 현실이 되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제한과 규제 지역 확대가 실수요자마저 옥죄며, 특히 20·30세대의 분노가 거세다.

여기에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의 발언이 불씨를 키우며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규제 강화에 막힌 내 집 마련 꿈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언제 돈을 모아 집을 사느냐”, “전세가 사라지는데 대책은 있느냐”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젊은 세대는 이번 규제가 ‘현금 부자에게 유리한 시장’을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갭투자와 대출을 동시에 틀어막으면서 투기뿐 아니라 실수요자까지 막힌 것이다.

결혼을 앞둔 20대 임모 씨는 “광교에 신혼집을 알아보던 중이었지만 규제 이후 모든 계획을 미뤘다”고 말했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 외곽의 실수요자까지 대출 문턱에 걸려 내 집 마련 꿈을 접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이젠 감당이 안 된다”

‘삼중 규제’로 불리는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전세 물량을 빠르게 잠식시켰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며 임차인들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44만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광진구는 불과 석 달 새 3.48% 상승했고, 송파·강동·영등포구도 뒤를 이었다. 올해 초보다 약 10만 원 오른 수치다.

대출 한도 축소로 전세 계약을 유지하려는 세입자도 늘었다. 올해 7~9월 서울 전세 계약 중 절반 가까이가 갱신 계약이었다.

신규 전세 매물은 1년 새 23% 가까이 줄었다. 강동구는 무려 75% 이상 감소했다. 강서구 오피스텔에 사는 20대 박모 씨는 “전세라 그나마 이 정도 살지만 월세로 바뀌면 버티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부동산 시장, 양극화 심화될 것”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은 최근 유튜브 채널 ‘부읽남TV’에서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사면 된다”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젊은 세대는 “현실을 모르는 발언”이라며 분노를 드러냈다.

특히 그가 과거 갭투자를 통해 5억 원의 차익을 얻은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본인도 갭투자를 했던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청년층의 내 집 마련 문턱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로 월세 전환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전세 대신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평생 월세살이’라는 말이 더는 비유가 아니다. 청년 세대의 분노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외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