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진에 삼성 내부도 위기감 고조
경영진단 돌입하며 강도 높은 혁신 예고
업계, “구조조정 불가피… 사업 재편 가능성”

반도체 시장에서의 연이은 부진 속에 결국 삼성이 칼을 빼들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사업 전반에 대한 정밀 경영진단에 착수했다. 그룹 차원의 혁신을 예고하는 이번 조치는 위기의 심각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조직 개편과 투자 전략 조정 등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스템LSI·파운드리, 연이은 실패에 ‘휘청’

삼성의 시스템LSI 사업부는 반도체 설계 전문 조직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시리즈를 개발해왔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갤럭시 S25에도 퀄컴의 AP가 탑재되면서 엑시노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이미지센서 시장에서도 일본 소니에 밀려 점유율이 감소하는 등 사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기존 고객사들마저 이탈할 조짐을 보이며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부의 상황도 심각하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8.2%로 떨어진 반면, 대만 TSMC는 67.1%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격차를 유지했다.
한때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2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TSMC를 추격했지만, 현재는 고객사 확보 실패와 기술 격차로 인해 점유율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분기마다 수조 원대 적자가 발생하면서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라는 목표마저 흔들리고 있다.
신입사원 채용 중단까지… 구조조정 신호탄?

이러한 위기 속에서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서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전면 제외했다.
이는 삼성 반도체 역사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는 물론 반도체 혹한기였던 2023년에도 두 사업부는 꾸준히 인력을 충원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인력 조정이 아니라, 사업 부진으로 인해 인력 운용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구조조정의 전초 단계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가 지난해 4조~6조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신입 채용이 없지만, 경력직 채용과 하반기 신입 채용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사업 재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위기 속에서도 반격 준비… 돌파구 있을까

반도체 사업의 위기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차세대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4세대 4나노 공정(SF4X)의 양산을 시작하며 첨단 파운드리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이 공정은 AI 및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에 최적화된 기술로, 향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의 회복을 이끌 핵심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미국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로크와 국내 하이퍼엑셀 등이 삼성전자의 SF4X 공정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AI 반도체 공정이 점차 안정화되면서, 팹리스 업체들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삼성은 차세대 3나노 공정에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업계 최초로 적용하며,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이는 기존 핀펫(FinFET) 방식보다 전력 효율과 성능을 크게 개선한 기술로, 향후 AI 반도체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부 환경도 녹록지 않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법(CHIPS Act)을 폐지해야 한다”며 외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중단을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보조금 지원이 중단될 경우 투자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과연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 번 반도체 시장에서 도약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