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필요하면 ‘9.6조’ 준비해”… 3200척 볼모, 전쟁 배상금을 왜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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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1회당 30억원 통행료 공식화
3200척 통과 시 9.6조원 수입
기뢰 12개 설치로 물리적 통제력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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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행료 징수 공식화 / 출처 : 연합뉴스·게티이미지뱅크

이란이 전 세계 석유 해상 교역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1회당 200만 달러(한화 약 30억원)의 통행료를 징수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국제 해운 질서에 대한 전면적 도전에 나섰다.

이란 외무부는 지난 24일 “비적대적 국가의 선박은 이란 당국과 조율 후 안전한 통행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밝혔으며, 25일에는 정부 고위 관계자를 통해 ‘전쟁 손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명시적으로 요구했다.

현재 걸프 해역에 발이 묶인 선박만 약 3,200척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선박이 모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경우 이란은 약 64억 달러, 한화로 10조원에 육박하는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란 의회의 사에드 라흐마트자데 의원은 이를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의 통행료 부과와 동일한 ‘주권적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곳곳에 최소 12개의 고성능 기뢰를 설치해 물리적 통제력을 확보한 상태다.

법적 공백 파고든 이란의 ‘회색지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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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선 / 출처 : 연합뉴스

이란의 통행료 징수 계획은 국제법의 허점을 정확히 공략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제26조와 제44조는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서 모든 선박에 통과 통행권을 보장하며, 통과 자체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이란은 이 협약에 서명은 했으나 비준하지 않았다. 이란 정부는 향후 통행료를 ‘안보 서비스 대가’로 재정의해 국제법상 허용되는 범위 내 비용 청구로 포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일부 유조선 운영사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위해 이미 이란 측에 통행료를 지불한 것으로 해운 전문 매체 로이드리스트는 보도했다.

반면 태국 유조선 1척은 별도 비용 없이 무사히 통과한 사례도 있어, 이란이 선박의 국적에 따라 차등적으로 통행을 제한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란 외무부가 22일 유엔 안보리와 사무총장에 보낸 서한은 24일 국제해사기구(IMO) 회원국 176개국에 배포돼 회람됐다. 이는 단순한 위협이 아닌 체계적 실행 수순으로 해석된다.

종전 협상 카드 vs 국제사회 압박,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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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선 / 출처 : 연합뉴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계획은 2019년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정책 당시 제출됐다가 통과되지 못한 법안의 재추진이다.

당시와 달리 현재는 실제 기뢰 설치와 선박 선별 통과 허용이라는 구체적 실행 기반을 갖췄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란은 이 조치를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인한 ‘손해 보전 및 안보 유지 비용’으로 정당화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응은 양분될 전망이다. 미국 주도의 서방 국가들은 해협 봉쇄 해제를 위한 군사적 옵션을 검토할 수 있으나, 이란의 기뢰 설치와 미사일 위협으로 인해 실행 리스크가 크다.

반면 중국과 인도 등 비동맹 국가들은 통행료를 지불하더라도 에너지 안보 확보를 우선시할 가능성이 있다.

이란이 이번 조치를 종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를 최대 양보 카드로 제시하며 제재 해제와 경제적 보상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몇 주간 국제 외교 무대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카드가 어떻게 활용될지가 중동 정세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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