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는다더니 “우리까지 잡으면 어떡해요”… 불법업체로 내몰리는 서민들 ‘절망’

제도권 문 닫히자 불법 사금융만 남았다
‘서민금융’ 외치던 정부, 도대체 왜?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저축은행을 찾은 시민 A씨는 결국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가 시작된 이후, 중저신용자들의 자금 확보가 급격히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제도권 대출이 막힌 자리에는 고금리 대부업체나 불법사금융이 대기하고 있다. 서민금융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

대출 막히자 불법금융이 유일한 선택지로

6월 말부터 신용대출 한도가 ‘연 소득 이내’로 제한되면서, 저축은행업계 전반에서 대출 승인율이 크게 하락했다. 일부 저축은행은 승인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C 저축은행 관계자는 “규제 시행 이후 대출 승인 규모가 70% 가까이 줄었다”며 “중저신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급전 대출이 사실상 막힌 셈”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고객 대다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등급을 가진 서민층이다. 이들의 대출이 막히면, 대부업체나 불법 금융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드론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7월 1일, 카드론을 신용대출로 분류한다는 유권해석을 카드사에 전달했다. 카드론은 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급전이 필요한 서민층이 사용하는 서비스다.

금융당국은 과거 ‘영끌’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현장에서는 실수요자들이 제도권에서 밀려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책은 ‘서민금융’ 외치는데… 정작 길은 막혔다

정부는 서민금융 공급 확대를 목표로, 저축은행법 시행령과 감독규정 개정안을 예고했다. 중소형 저축은행이 수도권에서도 신용대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민간 중금리대출의 일부를 예대율 계산에서 제외해 공급 여력을 확대하겠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들 대출도 신용대출로 분류되는 탓에 현장에서는 정책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이들은 신용대출 중 30% 이상을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카드론까지 신용대출로 포함되면서 기준 충족이 더욱 어려워졌다.

업계 관계자는 “고신용자보다 저소득층이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자금조달 창구가 막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영끌’ 막겠다던 대출 규제, 서민만 옥죄나

금융위원회는 신용대출 규제가 ‘투기 억제’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과거 부동산 과열기, 카드론까지 끌어다 주택을 매입하는 사례가 늘었던 점을 고려한 판단이다.

하지만 카드론 평균 대출금은 800만원 수준으로, 생계비나 사업자금 등 실수요 목적이 대부분이다. 업계에서는 실수요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기존에도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고객들이 카드론을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했다”며 “이마저도 막히면 불법금융 의존이 늘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은 향후 업계 혼란을 줄이기 위한 실무 지침서를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규제 시행으로 이미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보다 정밀한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정부의 ‘집값 안정’ 의도와는 달리, 실수요자들의 자금줄이 끊기면서 오히려 금융 사각지대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