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금리보다 이게 훨씬 낫네” … 한국 땅만 밟으면 값이 ‘껑충’, 단 사흘 만에 벌어진 기현상

사상 최고치 경신한 금값
국제가보다 18% 높은 김치 프리미엄
불확실성 속 안전자산 선호 확산

국내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 금값보다 국내 금 시세가 18% 이상 높은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금리 인하 기조와 미중 무역갈등 등 복합적인 불안 요인이 맞물리면서 금이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이다. 금융당국은 과열된 금 투자 열기를 경계하며 가격 괴리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금값 사상 최고…국내 시세, 국제가보다 18% 비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 기준 KRX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은 1g당 22만 7000원에 거래됐다. 이는 하루 전보다 3.23% 상승한 수치로, 사상 최고가를 다시 경신했다.

국제 금값은 같은 날 1g당 19만 1470원으로, 국내 금이 약 18.5% 더 비싼 셈이다. 불과 사흘 전 20만 원 선을 처음 돌파한 이후 급등세가 이어지며 투자 수요도 급증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가격 괴리가 커지고 있다며 “KRX금시장 가격과 국제 시세 간 격차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지난 16일 “국내 금 현물가격이 국제가보다 약 13% 높아진 것은 최근 5년간 두 차례뿐이었던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특히 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 투자 시 “국내 금 시세를 따르는지, 국제 시세를 따르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리 인하와 무역갈등, ‘안전자산 심리’ 자극

올해 9월 이후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면서 금값 상승에 불이 붙었다. 금은 이자가 없는 자산으로, 금리 하락기에는 상대적으로 매력이 커진다.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이 다시 고조된 점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자금이 금으로 몰리는 흐름이다.

서울 종로구 귀금속 거리에는 금을 사려는 발길이 늘며 상인들의 손이 분주해졌다. 한 상인은 “최근 들어 하루에도 금 구매 문의가 몇 배는 늘었다”며 “가격이 오르더라도 불안한 시장 탓에 금을 찾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 “내년 말 온스당 4800달러 가능성”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값의 상승세가 꺾이기 어렵다고 본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보다 안정적인 자산을 찾기 힘들다”며 “내년 말까지 온스당 4800달러 수준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박윤철 iM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장기화되면 관세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이는 경기 둔화 우려를 부각시키고, 금의 강세를 지지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