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직원의 횡령부터 외부 사기까지
은행권 신뢰 흔드는 금융사고 연쇄
내부통제 강화 약속에도 불안은 계속

금융권에 또다시 균열이 생겼다.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에서 재무팀장이 회사 자금을 빼돌린 뒤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 와중, 내부자의 일탈이 은행 시스템을 무너뜨린 현실이 드러났다. 고객은 다시 한 번 불신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또 터졌다… 토스뱅크의 내부자 횡령

지난 13일, 토스뱅크 재무 조직 팀장 A씨가 법인 계좌에 있던 자금 약 20억 원을 자신의 계좌로 불법 이체한 사건이 드러났다.
A씨는 팀원들의 권한을 위력으로 받아내 시스템 접근을 가능하게 만든 뒤, 주말을 틈타 돈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토스뱅크는 이튿날인 14일 뒤늦게 사태를 인지하고 그의 행방을 쫓았지만, A씨는 결국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토스뱅크 측은 “사고 발생 직후 수사기관과 감독 당국에 즉시 보고했다”며 “고객 자산은 피해가 없으며, 횡령액 회수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의 허술함을 드러냈으며, 고객들은 은행이 과연 제대로 통제 기능을 하고 있었느냐는 의심을 제기했다.
올해만 857억… 쏟아지는 사고에 무너지는 신뢰

토스뱅크뿐 아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5월까지 총 13건의 금융사고를 공시했고, 이로 인한 피해액은 무려 857억 9천900만원에 달한다.
하나은행은 올해에만 5건의 사고를 기록하며 총 488억 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고, 국민은행·농협은행·신한은행도 각각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대의 사고를 겪었다.
사고 유형은 외부 사기부터 내부 직원의 일탈까지 다양했다. 부동산 계약서 조작, 담보 대출 부풀리기, 허위 신용등급 조정, 명의 도용 대출 등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특히 농협은행에서는 감정가 부풀리기를 통해 200억 원이 넘는 부실 대출이 발생했고, 신한은행에서는 직원이 고객 명의를 도용해 3년간 17억 원을 횡령한 사실도 밝혀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직원의 재량이 컸던 과거 관행이 이제야 적발되고 있는 것”이라며, 과거의 허술한 시스템이 현재의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감시망, 빈틈 메울 수 있을까

은행권은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은행은 고위험 부문을 중심으로 전담 인력을 새로 배치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AI 기술을 접목해 이상징후를 사전 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AI 기반 검사 체계를 고도화하며, 업무 프로세스를 재정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전문 인력을 영업점에 배치하고, 이상 거래 패턴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농협은행 역시 자체 감사 조직을 만들어 고위험 거래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10억 원 이상 대형 사고만 집계된 공식 수치 외에도, 공시되지 않은 사고들이 더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금융보안 전문가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직원의 도덕성과 조직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없이는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