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입진 않았지만
우승의 순간이 담긴 상징
팬의 열정이 만든 감동의 낙찰

지난달 22일,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 토트넘 홋스퍼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17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그 중심엔 주장 손흥민이 있었다.
비록 선발이 아닌 교체로 출전했지만, 그는 팀의 승리를 지켜낸 뒤 주장 완장을 차고 가장 먼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손흥민에게는 유럽 진출 이후 15시즌 만의 첫 우승이었다. 누구보다 간절했던 순간, 그가 품은 트로피는 팬들의 기억에 깊이 새겨졌다.
착용하지 않았지만… ‘그날’을 기억하는 유니폼

이번에 경매에 나온 유니폼은 손흥민이 실제로 입은 것은 아니다. 결승전 당일, 혹시 모를 유니폼 손상에 대비해 준비된 ‘이슈드’ 유니폼이었다.
그러나 등판에는 손흥민의 친필 사인이 담겨 있었고, 앞면에는 결승전 경기 정보가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착용 유무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유니폼이 상징하는 ‘순간’이었다. 우승이라는 역사적 장면과 함께 존재했던 유니폼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자극했고, 그 감정은 곧 숫자로 드러났다.
7700만원에 낙찰… 주인공은 한국 팬

이 유니폼은 지난 6월 초 경매 플랫폼 ‘매치원셔츠’에서 진행된 온라인 경매에서 최종 낙찰가 4만1221파운드, 한화 약 7700만원에 팔렸다. 시작가는 약 14만원 수준이었지만, 입찰자들은 3분 간격으로 경쟁을 벌이며 금액을 끌어올렸다.
낙찰자는 한국인으로 확인됐다. 손흥민의 열렬한 팬으로 추정되며,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한 경쟁 끝에 유니폼을 손에 넣었다.
이 유니폼은 해당 플랫폼 역사상 세 번째로 비싼 낙찰 사례다. 앞서 리오넬 메시의 유니폼 두 벌이 각각 8200만원과 92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감동은 선행으로… 경매 수익 일부는 기부

이번 유니폼 낙찰은 단순한 수집으로 끝나지 않았다. 경매 수익의 일부는 토트넘 홋스퍼 재단에 기부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팬의 열정이 손흥민의 상징을 품었고, 그 상징이 다시 사회에 환원되는 선순환이 이뤄진 셈이다.
스포츠 유니폼이 단순한 천 조각에 불과하다는 말은 이제 구시대적 표현일지 모른다. 때론 그것은 한 선수의 역사, 한 팀의 감동, 그리고 수많은 팬들의 마음을 응축한 결정체가 된다. 손흥민의 유로파 결승 유니폼이 바로 그런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