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로 대표팀 전력 대폭 상승
“라틴계 올스타?” 팬 반응 엇갈려
베트남은 “우리는 우리의 길 간다”

동남아 축구 무대에서 펼쳐진 귀화 선수 전쟁이 이제는 국가의 정체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아르헨티나 출신 37명을 귀화시키기 위해 오디션까지 열었다는 소식에, 축구계 안팎의 시선은 놀라움과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이게 말레이시아 맞아?” 귀화 정책의 실험

말레이시아 축구협회는 2025년 6월, 아르헨티나 국적의 말레이시아계 선수 37명을 대상으로 공개 오디션을 실시했다. 오는 9월 평가전에는 이들 중 최대 10명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는 이미 지난해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13명의 귀화 선수를 포함시킨 바 있으며, 이는 정책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 전략임을 보여준다.
특히 베트남과의 경기에서는 선발 11명 중 9명이 귀화 선수로 구성되어, 사실상 ‘말레이시아 올스타’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실제로 해당 경기에서 말레이시아는 베트남을 상대로 4-0 완승을 거뒀다. 이 경기 이후 귀화 선수 효과는 전면에 부각됐고, 중국 축구계까지 긴장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인도네시아발 귀화 열풍, 동남아에 확산

현재 동남아는 귀화선수 정책으로 판도가 아예 달라지고 있다.
귀화선수 정책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건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를 이끌었을 때였다. 인도네시아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에서 뛰도록 만들었는데, 동남아 중에서도 전력이 약한 나라였던 인도네시아는 단숨에 전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말레이시아도 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이며, 단기적 성과 측면에서는 분명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이 과연 축구 본질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한 팬은 “라틴 선수들이 뛰는 팀이 말레이시아 대표팀이라니 아이러니하다”며 자국 선수의 설 자리가 사라진 현실에 씁쓸함을 전했다.
베트남의 선택은 ‘육성’…정체성 수호

동남아 대부분의 국가들이 귀화를 통해 즉각적인 전력 향상을 꾀하는 가운데, 베트남은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쩐 꾸옥 뚜언 베트남 축구협회장은 “단기 성과보다 중요한 건 우리 정체성과 미래”라며 귀화보다는 유소년 육성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인종적 다양성이 제한되어 있어 실효성 있는 귀화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결국 이들은 외부 자원보다는 내부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말레이시아가 선택한 ‘속도전’이 성공할지, 베트남의 ‘장기전’이 빛을 볼지. 동남아 축구는 지금 그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