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향한 간절한 열망
현실은 실력·예산 모두 부족
“10년은 걸릴 것 같다”는 이유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중국 축구는 월드컵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돌파구’를 찾지 못한 중국 축구에 대해, 한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했던 순지하이는 냉철한 한마디를 던졌다.
그는 “빠르면 10년”이라는 시간표를 제시하며, 월드컵 진출에 대한 현실적 벽을 직시했다.
그는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해설 중 “한국이나 일본처럼 매번 월드컵에 나가는 기반이 아직 부족하다”며 “왕위동 같은 유망주는 있지만, 시스템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단순한 시간이 아닌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실패 거듭한 예선, 멀어진 북중미행

중국 축구대표팀은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3승7패로 조 5위에 머무르며, 4차 예선 진출조차 실패했다. 아시아에 배정된 티켓이 8.5장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은 뼈아픈 현실이다.
같은 조에 있던 인도네시아가 4차 예선에 진출한 것과 비교하면, 중국의 부진은 더욱 도드라진다. 이로 인해 브란코 이반코비치 감독은 경질됐고, 중국축구협회는 급히 재정비에 나섰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감독 교체로 해결되지 않는다. 선수층의 질, 유소년 육성 시스템, 그리고 무엇보다 축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철학이 필요하다.
감독도 못 구하는 재정 현실

기술뿐만 아니라 재정적 여건도 발목을 잡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중국축구협회가 책정한 대표팀 감독 예산은 100만~120만 유로 수준이다. 이는 세계적인 감독은커녕, 유럽의 신진 지도자조차 유치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실제로 전 감독 이반코비치 역시 이전 소속팀 오만에서 받던 연봉의 3분의 1 수준으로 중국 지휘봉을 잡았다. 그마저도 월드컵 진출 실패로 인해 끝내 신뢰를 잃고 물러났다.
로베르트 만치니, 스테파노 피올리 같은 유럽 명장들의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현실은 협상 테이블에조차 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중국 축구의 문제는 실력 이전에 ‘시스템’과 ‘의지’다.
한국과의 차이, 넘을 수 없는 벽일까

반면 한국은 이번 북중미 월드컵 예선에서 6승4무로 B조 1위를 차지하며 11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기술과 전략, 그리고 유소년부터 프로까지 이어지는 탄탄한 구조는 중국이 닮고 싶은 모델이다.
순지하이의 말처럼, 중국 축구가 월드컵 무대를 다시 밟기 위해선 단순한 감독 교체나 유망주 발굴이 아니라, 축구를 바라보는 철학부터 새롭게 써야 한다. 10년이라는 시간도 결국은 변화의 속도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