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신혼여행을 계획했던 예비부부들이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급등과 중동 항공로 불안이 겹치면서 유류할증료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다. 결혼식 날짜는 바꿀 수 없고, 항공권 값은 연일 오르는 상황에서 예비부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역대 최고 유류할증료, 두 달 만에 33단계 직행
2026년 5월 적용되는 국제선 유류할증료 단계는 33단계다. 이는 2016년 현행 유류할증료 체계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33단계가 적용된 사례다. 불과 두 달 전인 3월만 해도 6단계에 불과했으나, 4월 18단계를 거쳐 5월에는 한 달 만에 15단계가 추가 상승했다. 단일 월간 기준으로도 제도 도입 이후 최대 폭의 급등이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가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운임에 추가로 부과하는 금액으로, 국토교통부 거리비례제에 따라 항공사가 월별로 자체 조정해 책정한다. 싱가포르 항공유 기준 가격인 MOPS가 3월 16일부터 4월 15일까지 1갤런당 511.21센트, 배럴당 214.71달러를 기록하면서 33단계 기준인 갤런당 470센트를 훌쩍 넘어섰다.
실제 부담액은 어느 정도일까. 대한항공 기준 최단 구간 편도 유류할증료는 4월 4만2000원에서 5월 7만5000원으로 올랐고, 최장 구간 편도는 4월 30만3000원에서 5월 56만4000원으로 86%가량 뛰었다. 인기 신혼여행지인 뉴욕·애틀랜타 노선의 경우 왕복 유류할증료만 112만8000원에 달한다. 3월 기준 19만8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두 달 만에 100만원 가까이 치솟은 셈이다.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로 5월 편도 유류할증료를 최소 8만5400원에서 최대 47만6200원으로 인상했다.

중동 경유 노선 불안…취소냐 대기냐, 예비부부의 딜레마
유류할증료 인상에 더해 중동 항공로 불안까지 겹치면서 예비부부들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졌다. 결혼 준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카타르·두바이·아부다비 등 중동 경유 항공권을 이미 구매한 예비부부들의 고민이 쏟아지고 있다. 카타르 경유로 스페인 왕복권을 미리 끊어둔 한 예비부부는 전쟁 우려와 취소 수수료 부담 사이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두바이 경유편을 취소하고 싱가포르 경유 노선으로 갈아탄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 경유 취소 시 발생하는 수수료와 대체 노선의 높아진 운임이 이중 부담으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LA 신혼여행을 준비 중이던 한 예비부부는 몇 달 전 편도 70만원이던 항공권이 현재 두 배로 올랐다며 지금이라도 예매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는 해외 신혼여행을 포기하고 결혼 직후 제주도를 짧게 다녀온 뒤 본격적인 신혼여행은 훗날로 미루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 당장 예매가 답? 예비부부를 위한 항공권 절약 꿀팁
유류할증료는 탑승일이 아닌 결제일 기준으로 적용된다. 즉 5월이나 6월 출발 항공권이라도 4월 30일까지 결제를 완료하면 4월 기준 유류할증료가 적용된다. 5월 요금 대비 수십만 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마일리지 보너스 항공권도 마찬가지로 유류할증료와 제세공과금은 별도 현금 결제 대상이므로, 마일리지 활용 예정자라면 4월 내 예약 완료를 서두르는 것이 유리하다.
중동 경유 노선을 이미 예약한 경우라면 취소 수수료와 대체 노선 운임 차이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싱가포르 경유 등 안정적인 대체 경유지 노선으로 변경하는 방법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단거리 또는 국내 노선의 경우 유류할증료 인상폭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해외 신혼여행의 대안으로 국내 프리미엄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도 최근 눈에 띄는 움직임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유류할증료 인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 국내선 및 단거리 기획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현재 상황은 계절적 유가 변동이 아닌 지정학적 위기에 의한 구조적 급등이라는 점에서, 단기간 내 유류할증료가 하향 안정화되기를 기대하며 예약을 미루는 전략은 리스크가 크다. 전문가들은 출발 일정이 확정된 예비부부라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결제를 완료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