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론 한 대가 수억 원짜리 방공 미사일을 소모시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이 ‘비대칭 공식’이 한국 국방정책의 판을 바꾸기 시작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026년 6월 26일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국방 드론·대드론 발전 정책’을 발표했다. 취임 이후 제1호 정책으로 내세운 이번 발표는 한국군의 전력 구조를 드론 중심으로 전면 재편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번 정책은 단순한 무기 도입 계획이 아니다. K-LUCAS(한국형 장거리 자폭무인기) 신속 전력화, 저가·소모성 드론 2만 대 이상 확보, 장병 50만 명의 드론 운용 능력 확보, 전담 조직 개편까지 아우르는 ‘드론 대전환 패키지’다.
K-LUCAS와 군집드론, 북한 종심을 겨냥하다
이번 정책의 핵심 전력은 K-LUCAS다. 전략 표적 타격과 적 방공망 무력화를 위해 설계된 장거리 자폭무인기로, 정찰과 공격 기능을 통합한 ‘배회형 탄약(Loitering Munition)’ 계열로 분류된다.
구체적인 사거리와 탄두 제원은 현재 비공개 단계다. 다만 국방부는 ‘신속 전력화’를 명시해 개발·시험 단계에서 실전 배치로 빠르게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K-LUCAS와 함께 근거리 정찰드론·소형 자폭드론 등 저가·소모성 드론 2만 대 이상도 확보한다. AI를 적용한 군집드론(스웜) 체계도 차세대 전력으로 함께 구축할 계획이다.
군집드론은 다수의 소형 드론이 네트워크와 AI 알고리즘으로 자율 협동하는 체계다. 일부 드론이 ‘미끼’ 역할로 적 방공망을 소모시키는 동안 나머지가 실제 표적을 타격하는 복합 전술이 가능하다. K-LUCAS와 군집드론이 결합되면 북한의 장사정포 진지, 지휘부, 방공 레이더를 종심 깊숙이 타격할 수 있는 비대칭 능력이 한국군에 갖춰지는 셈이다.

러시아 드론 259대 격추…한국군이 내린 결론
러시아 국방부는 최근 교전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259대를 방공체계로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방어 측의 부담을 보여준다. 수백 대의 저가 드론을 고가의 지대공 미사일로 막아내는 구조가 반복되면 방공 재고가 바닥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이 전술로 러시아 수도권 일대 정유시설까지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
이 교훈을 한국군은 공격과 방어 양면에 적용했다. 단기적으로는 전방 접적지역에 대드론 체계와 소형 무인기 대응 체계를 우선 배치하고, 성능이 검증된 상용 장비는 2027년부터 야전에 즉각 배치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레이저와 고출력 마이크로파(HPM) 등 지향성 에너지 무기를 개발하고, 저가 드론을 막을 저비용 요격 드론도 확보한다.
‘비싼 미사일 대신 드론으로 드론을 잡는다’는 개념이다. 이는 고가 요격 체계의 비효율성이 드러난 현대전의 교훈을 그대로 정책에 반영한 결과다.
’50만 드론 전사’…전군 구조를 바꾼다
조직과 인력 구조도 대폭 바뀐다. 2023년 윤석열 정부 당시 출범한 드론작전사령부는 국방부 직속 ‘국방드론본부’로 개편된다. 기존 작전 수행 기능은 육·해·공군과 해병대로 분산 이관하고, 국방드론본부는 전력 발전 로드맵 수립·소요 발굴·민간 산업 협력을 전담하는 정책 중심 조직으로 운영된다.
인력 양성 계획도 야심차다. 장병이 드론을 ‘제2의 개인화기’처럼 운용하도록 ’50만 드론 전사’를 양성하고, 이를 위해 국산 교육용 상용 드론 약 6만 대를 도입한다. 드론이 소수 특기병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군 공통 기본 전력으로 자리 잡겠다는 의지다.
민간 기술의 신속 군사 전환도 제도화한다. 상용 드론·AI·로봇 기술을 군이 실증 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도록 별도의 드론 신속획득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법 제정도 추진한다. 국방부는 이 정책이 국내 드론·AI·센서 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