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설 곳 없던 아우디의 선택
‘네 개의 링’도 내려놨다
전기차 패권 위한 현지화 전략

“네 개의 링까지 버릴 줄이야.”
한때 중국 시장을 휘어잡았던 아우디가 상징과도 같던 로고를 떼어냈다. 전통을 고수하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이렇게까지 변화한 이유는 단 하나, 급변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아우디는 오는 4월 23일 열리는 상하이 모터쇼에서 중국 전용 전기차 브랜드 ‘AUDI’의 첫 양산 모델을 공개한다.
이 모델은 기존 브랜드와는 외형부터 성능까지 확연히 다른 모습을 갖췄다. 중국 소비자에 맞춘 현지화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해 아우디는 중국에서 65만 대 넘는 차량을 판매하며 미국 시장의 3배 이상에 달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전년보다 10.9% 감소한 수치다.
전통 강자인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모두가 중국 토종 전기차 브랜드들의 빠른 성장세에 밀리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 가운데 아우디가 먼저 ‘정체성’을 바꾸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로고도 전략도 바꿨다

‘AUDI’는 독일 본사의 아우디가 상하이자동차(SAIC)와 손잡고 만든 중국 전용 서브 브랜드다. 이름은 같지만, 느낌은 전혀 다르다. 기존의 네 개 링 엠블럼 대신 차량 전면에 ‘AUDI’라는 레터링이 큼직하게 자리 잡았다.
디자인뿐 아니라 철학도 달라졌다. 기존 아우디는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병행했지만, AUDI는 100% 전기차만 생산한다. 오는 첫 모델을 시작으로 2년 안에 SUV와 스포트백 모델 두 가지가 추가로 출시될 예정이다.
신차는 지난해 콘셉트카로 공개됐던 ‘AUDI E-콘셉트’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A5 아반트보다 길고, A6 아반트보다는 짧은 차체를 갖췄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해 실내 공간은 더 넓혔고, 물리 버튼은 줄이고 대형 스크린을 대거 도입했다.
고성능 파워…주행거리 700km

퍼포먼스도 만만치 않다. 듀얼 모터 시스템을 탑재해 최고출력 764마력, 최대 토크 800Nm를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3.6초 만에 도달한다.
100kWh 배터리는 CLTC 기준 700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하며, 8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적용해 10분 충전으로 370km를 달릴 수 있다.
SAIC와의 협업 덕분에 개발 기간은 기존 대비 30% 줄였다고 아우디는 밝혔다. 또 아우디는 “젊고 기술 중심적인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개발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적으로도 중국 현지 기술을 적극 수용했다. 화웨이의 고급 주행 보조 시스템을 도입하고, 디지털화와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Mission:Zero’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중국 전용 전략으로 반격”

아우디는 이번 AUDI 브랜드를 통해 중국 시장의 전기차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1988년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중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한 아우디는 수십 년간 현지 시장을 이끌어왔지만, 최근엔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BYD, 샤오펑, 니오 같은 중국 토종 전기차 브랜드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독일 3사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아우디는 FAW와 SAIC라는 두 현지 파트너와 손잡고 중국 전용 모델들을 개발 및 생산 중이다. 창춘에 위치한 공장에서는 PPE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 모델인 Q6L e-tron, A6L e-tron 등이 생산되고 있다.
아우디는 “중국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차량을 통해 전기차 시장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서 공개될 AUDI의 첫 양산 모델이 성공할 경우, 아우디는 다시 한번 중국 시장의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