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돌아왔더니 “日 반응 심상치 않다” … 현대차·기아가 꺼내든 무기의 정체

전기·수소차로 日 공략 시동
현대차·기아, 12년·20년 만에 참가
일본 시장 ‘전동화 전쟁’ 본격화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일본이 흔들리고 있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차량이 지배해온 ‘철옹성’에 현대차와 기아가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는 30일 개막하는 ‘재팬 모빌리티쇼 2025’를 무대로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 중심의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일본 시장 재공략에 나선다. 일본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만 전동화 전환이 더딘 틈을 노린 전략이다.

전동화 공백기, 한국차에 열린 틈새시장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12년, 20년 만에 ‘재팬 모빌리티쇼’에 모습을 드러낸다. ‘수입차의 무덤’이라 불리는 일본에서 수소와 전기를 무기로 승부수를 던진다.

현대차는 이번 행사에서 완전변경된 수소전기차 ‘더 올 뉴 넥쏘’를 첫 공개하며 수소 기술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전기차 ‘아이오닉 5’, 경형 전기차 ‘인스터 크로스’와 고성능 콘셉트 ‘인스터로이드’도 함께 전시해 친환경차 라인업을 강화했다.

기아는 전동화 전용 목적기반차량(PBV) ‘PV5’를 선보인다. 이 차량은 패밀리카에서 화물차, 교통약자용 차량까지 용도에 따라 변형이 가능한 모델로, 고령화와 물류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의 특수한 수요에 대응한다.

두 브랜드는 29일 프레스 브리핑을 통해 일본 시장 전략과 신차 출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체험과 전시로 소비자와 접점 넓힌다

현대차는 기술만큼이나 소비자와의 거리 좁히기에도 집중하고 있다.

도쿄와 사이타마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전시 공간을 순차적으로 확대 중이며, 오사카·센다이·후쿠오카 등지에 쇼룸도 개설해 일본 현지 고객과의 접점을 키워가고 있다.

전시장 내에서는 중형 전기버스 ‘에렉시티 타운’ 시승과 WRC 드라이버 티에리 누빌 팬사인회 등 체험형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HTWO 브랜드를 통해 수소의 생산부터 활용까지 4단계 밸류체인을 시각적으로 구성한 점도 눈에 띈다.

기아는 일본 종합상사인 소지츠와 협력해 PV5 판매망을 구축할 예정이며, 향후 대형 모델 ‘PV7’로 제품군을 넓힐 계획이다.

‘전기차 후진국’ 일본, 변화의 기로에 서다

일본 시장의 수입차 점유율은 7%, 그중 순수 외산차는 5%에 그친다. 특히 전기차 비중은 2% 미만으로, 주요 선진국 대비 현저히 낮다.

그 틈을 노리고 중국 BYD도 이번 쇼에서 일본 전용 경형 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본격 공세에 나섰다. 일본 경차 시장은 세금 감면과 유지비 혜택이 커 전기차 보급 확대의 교두보로 평가된다.

한편 일본 완성차 업체들도 대응에 나섰다. 토요타는 신형 ‘코롤라 EV 콘셉트’로 후속 전동화 플랫폼을 공개했고, 혼다는 신형 OS 기반 ‘e:아키텍처’ 시리즈를, 닛산은 로보택시 실증차를 전시해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모빌리티쇼는 일본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 중심에서 소프트웨어·배터리 중심으로 전환되는 전환점”이라며 “한국과 중국, 유럽 브랜드의 도전이 일본 자동차의 패러다임을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