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 정책이 한국의 대미 무역 성적표에 처음으로 흠집을 냈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5년 지역별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경상수지 흑자는 1,114억 2,000만달러로 전년(1,169억 7,000만달러)보다 55억 5,000만달러 줄었다.
2019년 이후 5년 연속 늘어오던 대미 흑자가 처음으로 뒷걸음질 친 것이다. 다만 역대 2위 규모를 유지해, 완전한 역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같은 기간 전체 경상수지 흑자는 1,230억 5,000만달러로 전년(999억 7,000만달러)보다 오히려 확대됐다.
관세 부과 품목 줄고, 반도체가 구멍 메워
대미 상품수지 흑자는 1,119억 8,000만달러로 전년(1,092억 2,000만달러)보다 오히려 늘었다. 표면적으로는 개선된 수치지만, 그 내부는 엇갈렸다.
일반 기계·자동차·철강 등 관세 부과 품목의 수출이 줄어든 공백을, 반도체·스마트폰 등 IT 품목 수출이 메운 구조다. 한국은행 박성곤 국제수지팀장은 “관세 부과 품목 수출 감소를 IT 수출 호조가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서비스수지와 소득수지였다. 대미 서비스수지는 146억 2,000만달러 적자로, 전년(-88억 8,000만달러)보다 적자폭이 57억 4,000만달러 이상 확대됐다. 지식재산권사용료 지급이 늘어난 영향으로, 지난해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는 42억 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박 팀장은 “국내에서 첨단기술 제품 생산이 늘수록 대미 지식재산권사용료 지급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제조업에서는 달러를 벌어들이지만, 디지털·지식재산 영역에서는 미국에 더 많이 지불하는 구조가 수치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중국 4년 연속 적자…’경쟁자’로 바뀐 이웃
대중국 경상수지는 253억 2,000만달러 적자로, 전년(-234억 5,000만달러)보다 적자폭이 더 커졌다. 2022년 이후 4년 연속 적자이며, 2023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적자 규모다.
철강·화공제품 수출이 줄고, 승용차·선박 수입이 늘면서 상품수지 적자가 338억 4,000만달러로 확대됐다.
반면 동남아시아와의 경상수지 흑자는 718억 4,000만달러로 전년(634억 4,000만달러)보다 84억달러 늘었다. 반도체 수출 증가에 더해 서비스수지가 흑자로 전환된 결과다. 박 팀장은 “미국 관세로 국내 기업이 수출 경로를 다변화한 것이 대 EU 흑자 확대에도 일부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경상흑자 사상 최대인데…달러는 미국 증시로 흘렀다
금융계정에서는 눈에 띄는 흐름이 포착됐다. 지난해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1,402억 8,000만달러로 전년(669억 7,000만달러)의 두 배를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중 미국 주식 투자액만 905억 7,000만달러로, 전체 해외 주식투자의 79.2%를 차지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2026년 대미 경상수지에 대해 “반도체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어 흑자폭이 다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관세 부과 품목 수출 부진과 중동 분쟁으로 인한 미국산 에너지 수입 증가는 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