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맛에 타는 車 취급받았는데 “이건 예상 못했다” … 美 시장 휩쓴 국산 SUV에 ‘깜짝’

미국 시장, ‘기아 신화’ 다시 쓰다
SUV·전기차 쌍끌이 호조
저가 이미지 벗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기아가 또 한 번 기록을 새로 썼다. 9월 한 달 동안만 6만5000대를 팔아 역대 최고 판매량을 달성했고, 3분기 전체 실적 또한 9% 증가했다.

‘한때 저가차 브랜드’로 불리던 기아가 어떻게 미국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을까.
SUV 라인업과 전기차 전략, 그리고 브랜드 혁신이 그 비결로 꼽힌다.

SUV와 전기차의 ‘투트랙’ 전략

미국 경제 포털 ‘야후 파이낸스’는 12일(현지 시각) “기아가 미국에서 사상 최고 판매 실적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기아의 9월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1% 증가한 6만5000대로, 단일 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아 아메리카의 영업 담당 부사장 에릭 왓슨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들어 매달 판매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판매 호조의 중심에는 SUV가 있다. 쏘렌토와 K4 세단이 고르게 팔리는 가운데, 대형 SUV 텔루라이드가 ‘기아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텔루라이드는 3열 구조에 고급스러운 내장, 4륜구동 시스템을 갖추고도 3만7000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출시돼 ‘가성비 명차’라는 평을 얻고 있다.

기아는 여기에 EV6, EV9 등 전기차 신모델을 연이어 선보이며 친환경과 프리미엄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전기차 확대는 단순한 모델 확장이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는 핵심 축이 되고 있다.

‘가성비 브랜드’에서 ‘감성 브랜드’로

기아는 1993년 미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만 해도 ‘저가형 자동차 제조사’로 인식됐다. 하지만 장기 보증제도를 도입하며 신뢰를 쌓았고, 2009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을 세워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2017년 출시된 스팅어 GT였다. ‘달리는 즐거움’을 앞세운 이 모델은 기아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후 텔루라이드와 EV9으로 이어진 브랜드 혁신은 기아를 프리미엄 시장의 문턱 안으로 이끌었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도 빼놓을 수 없다. 기아는 NBA 공식 파트너십을 비롯해 유머러스한 광고 캠페인으로 감성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왔다.

남은 숙제와 앞으로의 방향

기아의 앞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미국 당국의 조지아 공장 조사로 배터리 공장 설립이 지연되고 있고, ‘기아 챌린지’로 불리는 차량 절도 사건이 여전히 브랜드에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왓슨 부사장은 “새로운 전기차 모델이 곧 공개될 예정이며, 기아 브랜드는 또 한 번 도약의 기회를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가차’의 상징에서 ‘가치 있는 브랜드’로 변신한 기아의 미국 성공 스토리는 단순한 판매 실적 이상의 의미를 남기고 있다.
이제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선택받는 브랜드’가 아니라, ‘기준이 되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