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 6대로 시작해 지구 9바퀴”…한국차 수출 50년 7,655만 대, 중국산 ‘안방 침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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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6월, 현대차의 포니 6대가 에콰도르 과야킬 항구에 첫발을 디뎠다. 그로부터 정확히 50년이 지난 지금, 한국 자동차의 누적 수출량은 7,654만 8,569대에 달하며 지구 둘레를 아홉 번 감싸고도 남는 압도적 기록을 써 내려갔다.

하지만 화려한 금자탑의 이면에는 중국산 전기차의 거센 안방 침투와 주요국의 자국 생산 보호주의라는 이중 파고가 몰아치고 있다. 50년의 영광이 다음 50년의 위기와 정면으로 맞닥뜨린 형국이다.

2월 수출 감소의 신호
2월 수출 감소의 신호 / 연합뉴스

지구 9바퀴, 반세기의 질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한국 자동차 누적 수출량은 7,654만 8,569대를 기록했다. 차량 1대를 4.7m로 환산해 일렬로 세우면 지구 둘레 약 4만km를 아홉 바퀴 도는 거리다.

1999년 처음으로 1,000만 대 고지를 넘어선 이후, 최근에는 4년 주기로 1,000만 대씩 쌓일 만큼 성장 가속도도 가파르다. 현 추세라면 내년 중 8,000만 대 돌파가 확실시된다.

한국차 수출 50년의 기록
한국차 수출 50년의 기록 / 연합뉴스

국내 생산 부문 역시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 1955년 미군 지프를 개조한 ‘시발자동차’로 출발한 한국의 자동차 생산은 71년 만에 누적 1억 3,000만 대를 돌파했다. 2025년 자동차 수출액은 72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 강국임을 입증했다.

영광 뒤에 숨은 안방 위기

그러나 산업 현장의 온도는 냉랭하다. 50년 수출 신화를 떠받쳐온 국내 생산 기반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 내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2022년 4.7%에서 2025년 33.9%로 불과 3년 만에 7배 이상 폭증했다.

관세 충격을 넘은 최대 수출
관세 충격을 넘은 최대 수출 / 뉴스1

올해 1분기에만 중국산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86.1% 급증하며 ‘침투’의 단계를 넘어 ‘점유’의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가 모델을 앞세운 중국 브랜드의 공세는 가격 경쟁력에서 뚜렷한 우위를 점하며 국내 소비자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보호주의 장벽과 골든타임

밖에서도 장벽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북미 현지 생산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으며, EU 역시 자국 생산 차량 중심의 보호 무역 기조를 강화하는 추세다. 주력 수출 시장에서 국내 생산 차량의 가격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차 수출의 분기점
친환경차 수출의 분기점 / 뉴스1

업계에서는 국내 생산 기지를 지키기 위한 ‘국내 생산 촉진 세제’ 도입 등 정책적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한다. 7,655만 대라는 기록은 탄탄한 국내 제조 현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과인 만큼, 그 기반을 잃는다면 향후 50년의 수출 역사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경고다.

포니 6대로 시작된 대장정이 지구를 아홉 바퀴 감는 기록을 만들기까지 한국 자동차 산업은 늘 위기를 성장의 동력으로 바꿔왔다. 이제 다시 한번, 그 전환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다음 반세기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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