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영국·독일 다 거부했다”…인구 280만 리투아니아, 나토 최초 호르무즈 ‘파병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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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국, 독일이 외면한 자리에 인구 280만 명의 소국이 손을 들었다. 리투아니아가 나토 회원국 중 최초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결정하면서, 중동 안보 지형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리투아니아 국가방위위원회는 2026년 5월 11일 미국 주도의 ‘해상 자유 구상(MFC)’에 최대 40명의 군인과 민간 국방 인력을 파병하는 안을 공식 승인했다. 국회 최종 승인 절차가 남아있지만, 기타나스 나우세다 대통령이 이끄는 국가방위위원회의 결정은 사실상 파병 의지를 공식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더 주목할 것은 타이밍이다. 미국이 지난달 호르무즈 해협 항행 안전을 위한 국제 연합체 구성을 요청했을 때 가장 먼저 응답한 국가가 바로 리투아니아였다. 프랑스·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이 줄줄이 거부 의사를 밝힌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호르무즈 파병 추진
호르무즈 파병 추진 / 연합뉴스

기뢰 제거, 핵심 공백을 메우는 정밀한 선택

40명이라는 숫자는 작지만, 이들이 투입될 임무는 결코 가볍지 않다. 리투아니아 국방부는 이번 파병의 핵심이 기뢰 제거를 비롯한 해상 교통 보호에 있다고 명확히 했다.

이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 즉 해상 기뢰 위협을 정조준한 전략적 선택이다. 리투아니아는 발트해에 산재한 1·2차 세계대전의 유산을 수십 년간 처리하며 세계 수준의 소해(掃海) 역량을 축적해왔다. 대규모 전투함 없이도 작전의 핵심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전문 기술을 보유한 셈이다.

이는 대규모 파병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미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역할을 채우는 ‘비용 대비 효과’ 극대화 전략으로 평가된다. 기뢰 제거라는 인도적·평화적 명분은 국내 여론의 반발을 잠재우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리투아니아-나토 방위 연계
리투아니아-나토 방위 연계 / 연합뉴스

발트해에서 호르무즈까지, 연결된 안보 방정식

리투아니아의 이번 결정을 단순히 중동 해로 수호 차원으로만 읽으면 본질을 놓친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해 최전선 국가로서, 미국과의 안보 밀월은 곧 생존 전략과 직결된다.

실제로 리투아니아는 이번 파병 결정과 함께 현재 약 1,000명 수준인 주둔 미군을 2027년 말까지 5,000명으로 5배 확대해 달라는 요청을 미국 측에 공식 전달한 상태다. 호르무즈 파병을 일종의 레버리지로 활용해 발트해 안보를 강화하려는 치밀한 지정학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 구조는 명확하다. 호르무즈 파병으로 미국의 신뢰를 얻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미군 증원을 확보해 러시아 위협을 억제하는 흐름이다. 소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안보 투자 방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호르무즈 해협 대응
호르무즈 해협 대응 / 뉴스1

나토 도미노의 기폭제 될까

국방 전략 분석가들은 리투아니아의 이번 결정이 망설이는 나토 회원국들에게 참여 명분을 제공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기뢰 제거’라는 비전투 임무 프레임이 정치적 부담을 낮추면서 동참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도 이번 결정은 반가운 신호다. MFC 연합체의 실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첫 번째 구체적 사례가 등장했고, 유럽 내 동참 압박의 논거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인구 280만의 소국이 대형 유럽 강국들이 외면한 자리에서 전략적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발트해의 기뢰 제거 기술이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미국과의 안보 동맹을 강화하는 열쇠가 된 리투아니아의 행보는, 작은 나라가 국제 안보 무대에서 살아남는 방식에 대한 교과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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