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테러보다 더 무서운 위협이 미국 사회 내부를 뒤흔들고 있다. 연방 대배심이 기소하고 구체적인 범행 정황까지 공개됐음에도, 미국인 4명 중 1명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암살 시도가 정치적 목적으로 꾸며진 ‘조작극’이라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을 거부하는 사회, ‘포스트 트루스’의 늪
미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뉴스 신뢰도 평가업체 뉴스가드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4%가 지난달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이 조작됐다고 답했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약 3명 중 1명(33%)이 조작설을 믿는 것으로 드러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동일한 사건을 받아들이는 기준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2024년 7월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 총격 사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년이 지난 지금도 24%의 응답자가 해당 사건을 조작으로 여기고 있으며, 영상과 물리적 증거가 차고 넘침에도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의 고통을 거짓으로 치부하려는 심리적 장벽이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젊을수록 깊은 불신…세대 간 균열도 심화
18세에서 29세 사이 젊은 층에서 조작설을 믿는 비율은 32%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제도권 전반에 대한 청년층의 불신이 기성세대보다 훨씬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ABC뉴스-입소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62%에 달해 두 번의 임기를 통틀어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지율은 37%로 현 임기 최저치를 나타냈다. 당파 간 신뢰도 격차는 더욱 극적이다. 공화당 지지층의 79%가 트럼프를 신뢰하는 반면,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단 7%만이 신뢰한다고 답해 무려 72%포인트의 인식 격차를 드러냈다.
총탄보다 치명적인 ‘인지전’…안보 빈틈 노출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현대전의 새로운 양상인 ‘인지전’의 전형적 사례로 지목한다. 외부의 적이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 구성원들이 서로의 사실 자체를 불신하게 만들어 국가 시스템을 서서히 마비시키는 방식이다.
보스턴대학교 등 학계에서는 정부와 언론에 대한 제도적 신뢰가 붕괴된 틈을 타 음모론적 사고가 좌우 진영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24년부터 2026년까지 2년 사이 트럼프를 겨냥한 암살 시도만 세 차례 발생했으며, 같은 기간 미국 내 정치폭력은 34.5%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백악관은 조작설에 대해 “완전한 바보들의 생각”이라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비난 성명을 발표했지만, 한번 불붙은 불신은 오히려 더욱 깊게 번지는 양상이다. 사실이 무기가 되고 믿음이 방패가 된 미국 사회의 분열은, 그 어떤 첨단 무기 체계도 메울 수 없는 치명적인 안보의 빈틈으로 진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