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 이제는 부의 상징이죠”… 기피하던 번호판이 ‘자랑거리’로 둔갑한 ‘이유’

연두색 번호판, 사적 이용 방지 아닌
‘부자 인증’ 수단으로 변질되다
시행 1년 만에 고급차 판매 급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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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색 번호판 도입 후 수입차 판매량 / 출처 = 연합뉴스

“오히려 자랑거리가 됐다.”

법인 차량에 부착된 연두색 번호판이 뜻밖의 반전을 맞이했다. 처음 제도 도입 당시만 해도 사적 사용을 막겠다는 취지였지만, 현실은 달랐다. ‘찐부자’를 가르는 새로운 상징으로 떠오르며 고가 수입차 판매량까지 끌어올렸다.

‘8천’ 넘으면 연두색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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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색 번호판 도입 후 수입차 판매량 / 출처 =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시행한 연두색 번호판 제도는 출고가 8천만원 이상의 법인 승용차를 대상으로 했다.

민간 법인은 물론, 리스 차량과 장기 렌트, 관용차도 포함됐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지방자치단체에 교육을 끝냈고, 번호판 확보 요청도 마쳤다”고 설명했다.

도입 초기부터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는 “사적 이용이 줄어들 것”이라며 기대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금수저들에게 영광의 배지를 달아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한 전문가는 “8천만원 이상 기준을 피하기 위해 7천만원대 차량을 여러 대 구매하는 꼼수가 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입 소식에 ‘꼼수 등록’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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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색 번호판 도입 후 수입차 판매량 / 출처 = 연합뉴스

2024년부터 연두색 번호판이 도입된다는 소식에 ‘꼼수 등록’이 급증하기도 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3년 8월 기준 2억원을 초과하는 법인 명의 수입차는 4만483대로, 전년도 대비 7천대 넘게 증가했다.

특히 3억원 이상 초고가 차량은 같은 기간 1천700대나 늘었다. 수입차 판매 업계에서는 “2023년 연말까지 등록을 마치려는 문의가 쇄도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도입 연도부터는 구매 문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연두색 번호판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결국 단기적 ‘등록 러시’를 촉발한 셈이다.

‘기피’ 대신 ‘상징’이 된 연두색 번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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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신형 에스컬레이드 /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시행 약 1년 만에 연두색 번호판은 부유층 사이에서 ‘인증 배지’가 되어버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25년 1~3월 1억5천만원 이상의 고가 수입차 판매량은 8184대로 전년 대비 78.5% 급증했다. 시행 첫해 움츠러들었던 수요가 단숨에 회복된 것이다.

브랜드별로 보면 렉서스는 314%, 포르쉐는 202%, 람보르기니는 169% 증가했다. 아우디, BMW, 랜드로버 등도 각각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초고가 SUV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1억6천만원을 넘는 캐딜락 신형 에스컬레이드는 출시 직후 3개월치 물량이 완판됐다.

업계 관계자는 “연두색 번호판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는 것을 넘어, 오히려 부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고급 법인차량 판매가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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