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새 판매량 40분의 1로
전기차에 추월당한 수입 디젤
중고차 시장만 ‘버티는 중’

수입 디젤 승용차가 끝없는 하락세를 타며 자동차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한때 수입차 시장의 70%를 차지하며 ‘수입차=디젤차’로 불리던 시절이 무색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에서 팔린 수입 디젤 승용차는 1,469대에 불과했다. 2015년 최고 기록인 16만 7,925대와 비교하면 불과 10년 만에 40분의 1로 쪼그라든 수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6월 24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1∼5월 누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50.4%나 줄었으며, 점유율도 1.3%로, 존재감이 거의 사라졌다.
올해 수입 디젤 승용차의 신차 출시 계획이 사실상 전무한 가운데, 연말까지 4천 대 판매도 어려울 전망이다. 더 이상 이 시장에서 ‘디젤’은 전략이 되지 못한다. 친환경 전환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완성차 업계는 과감히 디젤차를 지우고 있다.
70%에서 1%…디젤의 몰락

수입 디젤 승용차의 전성기는 2015년이었다. 한 해 16만 7천 대 이상이 팔렸고, 전체 수입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9%에 달했다. 강력한 힘, 정숙성, 높은 연비 덕분에 소비자들은 디젤차에 열광했다.
하지만 그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디젤 엔진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이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되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모델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디젤차는 점차 소비자의 선택지에서 사라졌다.
2016년만 해도 13만 대 넘게 팔리던 수입 디젤 승용차는, 2019년 7만 대 수준으로 내려왔고, 이후엔 매년 급락세였다. 지난해엔 7,521대가 팔리며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이 1만 대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도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5월까지 판매된 수입 디젤 승용차는 고작 1,469대. 남은 기간도 신형 디젤차 출시가 예정된 바 없어, ‘역성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산차도 ‘디젤 이별 중’…신차 선택지에서 사라졌다

국산차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KG모빌리티·르노코리아·한국GM 등 5대 완성차의 올해 디젤차 내수 판매량은 전년보다 34.2%나 줄었다.
이에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신차 라인업이다. 현대차는 올해 초 출시한 신형 팰리세이드에서 디젤 모델을 아예 제외하고 하이브리드만 추가했다. 또한, 기아가 최근 출시한 첫 픽업트럭 ‘타스만’도 국내에선 가솔린 모델만 선보여, 이는 해외에서 디젤 모델을 파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강화된 환경 규제와 소비자 트렌드 변화로 디젤차는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디젤 신차가 없어지면서 소비자 선택지는 친환경 모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주유소와 중고차 시장도 ‘디젤 이탈’ 뚜렷

연료 판매 시장도 변화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주유소의 전체 경유 판매량은 461만 킬로리터로, 전년 동기보다 6.2% 줄었다. 이는 경기침체와 함께 건설·물류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크지만, 디젤차 판매 감소가 핵심 원인으로 보인다.
주유소 단위당 판매량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4년 1분기 기준, 주유소 1곳당 평균 경유 판매량은 전년보다 4.7% 줄었다. 오히려 휘발유와 등유는 각각 2.8%, 9.9%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그나마 디젤차의 마지막 생존지는 중고차 시장이다. 유지비가 낮은 디젤차를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는 “신차 디젤 모델이 거의 사라지면서, 중고차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며 “높은 연비와 내구성 덕분에 SUV 디젤 모델의 시세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디젤 승용차는 서서히 잊혀지고 있다.

한 세대를 풍미한 수입 디젤차는 이젠 박물관으로 향하는 중이다. 전동화 흐름에 휩쓸려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디젤차. 중고차 시장이라는 좁은 틈새에 간신히 머물러 있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
환경은 변했고, 자동차 산업도 달라졌다. 디젤차의 시대는 분명 끝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