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가 바꾼 수출 지형도…수출물가 11개월 연속 상승, 전년比 46.9%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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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 증가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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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한국 수출 가격 구조를 통째로 바꿔놓고 있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2026년 5월 수출물가지수(원화 기준)는 188.58로 전월 대비 0.3% 오르며 11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46.9%에 달했다. 이는 1998년 3월 이후 28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AI발(發) 반도체 수요 폭발이 한국 수출 물가를 외환위기 직후 수준의 상승 폭까지 끌어올린 셈이다.

메모리 반도체, 15년 만에 최고치 경신

품목별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메모리 반도체다. 5월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수출물가지수는 208.98을 기록하며 2010년 7월(217.32) 이후 15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세부 품목의 상승폭은 더 가파르다. 전년 동월 대비로 D램이 259.7%, 플래시메모리(낸드)가 223.0% 폭등했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도 D램은 7.6%, 플래시메모리는 19.5% 올랐다. 한국은행 이문희 물가통계팀장은 “AI 투자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공급이 수요에 비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당분간 이 수급 불균형이 수출 물가 상승세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에 그치지 않는다.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서버·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비철금속 수요도 동반 급증했다. 동정련품(정련 구리)은 전월 대비 5.0%, 알루미늄판은 3.5% 상승했으며, 전년 동월 대비 은괴도 149.4% 뛰었다. 이 팀장은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비철금속 수요가 늘어나면서 1차 금속제품의 수출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AI 확산과 반도체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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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도 상승세…46.9% vs 37.8% 격차의 의미

수출물가 상승에는 환율 효과도 일부 작용했다. 원/달러 평균 환율은 4월 1,487.39원에서 5월 1,490.11원으로 0.2% 소폭 올랐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6.9% 상승한 상태다.

이 영향은 수치 비교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환율 효과를 제거한 계약통화 기준 수출물가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37.8%인 반면, 원화 기준 상승률은 46.9%다. 시장에서는 이 9.1%포인트 차이를 원화 약세가 수출물가를 추가로 끌어올린 구간으로 분석한다.

수입물가는 유가 하락에 2개월째 내림세…중동 불확실성은 변수

수출물가와 반대로 수입물가는 내림세다. 5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는 168.05로 4월(168.49)보다 0.3% 하락하며 2개월 연속 내렸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가 4월 배럴당 105.70달러에서 5월 103.15달러로 2.4% 떨어진 것이 주된 요인이다. 나프타(-7.5%), 경유(-19.2%), 부타디엔(-27.9%) 등 석유 관련 품목이 하락을 주도했다.

이처럼 수출가격 상승 폭이 수입가격 상승 폭을 웃돌면서 교역조건 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8.7% 올랐고, 수출물량지수(+14.7%)까지 함께 늘어난 영향으로 소득교역조건지수는 36.1% 상승했다. 같은 수출량으로 더 많은 수입품을 살 수 있게 된 셈으로, 시장에서는 이를 한국 경제의 대외 실질 구매력이 크게 높아진 신호로 읽는다.

다만 한은 측은 불확실성을 경계했다. 이 팀장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중동 지역 석유시설 정상화와 호르무즈 해협 통행 상황 등에 따라 국제유가와 환율 흐름이 달라질 수 있어 향후 수입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지정학 리스크 재부각 시 에너지 수입 비용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AI 주도의 수출 호황이 중동발 변수와 공존하는 구조적 긴장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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