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계좌 인증 글 한 장이 한국 주식 시장을 향한 글로벌 개인 자금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복잡한 서류 심사와 언어 장벽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내 증권사 문을 두드리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96억 원 인증’이 촉발한 파장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한 일본인 투자자가 한국 반도체 주식에 자산 대부분을 집중 투자해 약 10억 엔, 우리 돈으로 약 96억 원 규모의 계좌를 인증하는 글이 확산됐다.
2024년부터 투자를 시작해 720%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내용으로, 해당 투자자는 현재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고려할 때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글로벌 투자은행의 시장 분석과도 맞물린다.
골드만삭스가 일본 100대 상장사의 영업이익 합계가 향후 삼성전자 한 곳의 영업이익을 밑돌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으면서, 현지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기업의 이익 창출력에 대한 주목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벽 뚫고 몰려드는 중·일 개인 투자자
한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려는 열기는 까다로운 절차마저 넘어서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홍슈에서는 국내 거주 중국인들이 한국 증권사 지점을 직접 방문해 계좌를 만드는 방법과 후기가 활발히 공유되며, 일부 증권사의 외국인 신규 계좌 개설 건수는 전년 대비 70% 이상 급증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권사에서 계좌를 열려면 외국인등록증 외에도 자금 출처 확인, 거주자 증명 등 다수의 서류가 필요하다.
절차가 까다로워 지점을 찾았다가 헛걸음을 치는 사례가 적지 않음에도, 시장에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한국 기업의 이익 모멘텀이 이 같은 진입 장벽을 상쇄하는 수준의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외국인통합계좌 도입…접근성 구조 자체가 달라진다
2026년 5월 12일부터 삼성증권과 미국 글로벌 온라인 증권사 IBKR(Interactive Brokers)의 협력을 통해 외국인통합계좌 서비스가 본격 시행됐다. 해외 거주 외국인이 별도의 국내 계좌 개설 없이도 해외 증권사 앱을 통해 한국 주식을 직접 매매할 수 있는 구조로, 기존에 필수였던 상임대리인 제도를 우회할 수 있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 제도가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논의와 맞물릴 경우 구조적인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5월 중순 기준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규모가 115억 달러(약 17조 원)에 달하고, 개인투자자의 신용융자 잔고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는 등 단기 변동성 리스크는 여전히 상존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