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데이터센터가 서버 냉각만을 위해 전체 사용 전력의 절반 가까이를 소모하는 구조적 비효율 속에서, 한국 조선업계가 바다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AI 인프라 수요 폭증과 맞물려 ‘해상 부유식 데이터센터(FDC)’가 차세대 고부가가치 수주 시장으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에어컨 없이 서버를 식킨다…바다가 해결한 냉각 딜레마
육상 데이터센터의 고질적 문제는 냉각 비용이다. 수만 대 서버가 쏟아내는 열기를 잡기 위해 전체 전력 소비의 40~50%가 냉각 시스템에만 투입된다.
반면 해상에 데이터센터를 부유시키면 바닷물을 즉각적인 냉각수로 활용할 수 있어 에너지 소비를 극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부지 문제도 동시에 해소된다. 도심 인근 땅값 급등과 전자파·소음을 이유로 한 주민 민원, 이로 인한 보상금·소송 비용 등 육상 인프라의 숨은 비용이 해상에서는 사실상 사라진다.
필요에 따라 인프라 자체를 다른 해역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운영 유연성 측면에서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중공업 vs HD현대, 엇갈린 전략으로 판 키운다
국내 빅2 조선사의 접근 방식은 뚜렷하게 갈린다. 삼성중공업은 50㎿급 FDC를 처음부터 목적에 맞게 새로 짓는 신조 방식을 택했다.
미국 선급(ABS)과 영국 로이드선급으로부터 개념 설계 인증(AIP)을 획득했으며, 육상 전력망 없이 선박 내에서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기술을 탑재해 완전 독립형 운영 개념을 구현했다.
HD현대는 기존 노후 선박을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는 개조 방식과 자체 발전 기술을 동시에 무기로 내세운다.
자회사 HD현대마린솔루션이 선박 리모델링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HD현대중공업은 독자 개발한 중형 선박용 힘센엔진(HiMSEN)을 발전 시스템으로 전용해 미국 에이피론에너지그룹(AEG)과 20㎿급 발전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시장에서는 두 회사 모두 단순 선박 건조를 넘어 해상 IT 인프라 패키지 사업자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연 10% 성장, 1조 원대 시장이 열린다
현재 약 4700억 원 수준인 글로벌 해상 데이터센터 시장은 연평균 10%씩 성장해 10년 뒤 1조 20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기술 다변화 측면에서도 SOFC 외에 가스터빈,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다양한 발전 방식이 FDC에 접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오랜 구조 조정을 거친 한국 조선업계가 고부가가치 IT 인프라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해상 데이터센터가 AI 인프라 투자 열풍의 새로운 수혜 축으로 자리 잡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