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가 낮추면 중고차 값도 떨어진다”…기아, 인센티브 확대 ‘우회로’ 택한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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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기차 시장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품질과 브랜드 가치를 앞세워 고가 정책을 고수하던 기아가 결국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공세 앞에 방패를 낮추기로 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최근 유럽 현지에서 중국 전기차와의 가격 격차를 기존 20~25% 수준에서 15~20% 수준으로 좁히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대당 이익이 줄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겠다는 절박한 생존 선언이다.

관세 부담과 가격 전략
관세 부담과 가격 전략 / 연합뉴스

가격 격차 좁히기…’수익성’보다 ‘생존’을 택하다

기아의 전략 수정은 단순한 할인 행사가 아니다.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이 글로벌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현실에서, 25%를 웃도는 가격 차이는 아무리 품질이 뛰어나도 소비자의 지갑을 닫게 만드는 결정적 변수였다. 격차를 15% 안팎으로 줄이면 브랜드 선호도와 품질 신뢰를 기반으로 소비자를 다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기아가 공식 가격 인하 대신 ‘판매 인센티브’ 확대라는 우회로를 선택한 데도 속사정이 있다. 신차 공식가를 낮추는 순간 기존 차주들이 보유한 중고차 가치까지 동반 하락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객 자산을 보호하면서도 시장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고육지책이다.

기아 EV 가격 인하전
기아 EV 가격 인하전 / 뉴스1

중국의 ‘관세 우회 전략’…현지 생산으로 빗장 열어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17~35.3%의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은 이미 다음 수를 두고 있다. 립모터(Leapmotor)는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스페인 현지 공장에서 소형 전기 SUV ‘B03X’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판매가는 2만5,000유로(한화 약 4,300만 원)에 불과하다. 현지 생산으로 관세 장벽을 무력화하면서, 유럽 소비자들에게는 ‘유럽산 저가 전기차’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전략이다.

이 같은 공세는 수치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2022년 4.7%에서 2025년 33.9%로 수직 상승했고, 같은 기간 국산 점유율은 75%에서 57.2%로 추락했다. 유럽에서도 테슬라 상하이 공장은 올해 4월에만 7만9,478대를 인도하며 전년 동기 대비 36% 성장세를 기록했다.

유럽은 전쟁터, 국내는 아직 다르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유럽발 가격 인하가 한국 시장에도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두 시장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분석한다. 유럽은 중국 전기차가 저관세 혹은 현지 생산을 통해 직접 가격 경쟁을 벌이는 전장이지만, 한국은 수입차 환경 보조금 체계와 시장 생태계가 달라 즉각적인 연쇄 인하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결국 기아의 이번 결단은 ‘수익성’이라는 훈장을 내려놓고 ‘시장 지배력’이라는 실리를 택한 전략적 후퇴다. 중국 기업들이 현지 생산망까지 구축하며 유럽 관세 장벽마저 허물고 있는 지금, 기아의 15% 가격 방어선이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가 글로벌 전기차 패권 경쟁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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