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청약인 줄 알았는데”… 현금 부자들만의 잔치판 된 ‘이 제도’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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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 위한 제도라더니
정작 서민들은 못 쓴다
‘이 제도’의 반전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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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특별공급 제도 문제점 / 출처 :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복판에 들어서는 래미안 트리니원.

59㎡ 분양가 19억2000만원, 84㎡ 27억원에 달하는 이 아파트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당첨자 45세대 중 36세대가 부모로부터 증여나 상속을 받아 분양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려 80%에 해당하는 수치다.

강남구 원펜타스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신혼부부 특공 당첨자 41세대 중 24세대(58.5%)가 부모 자금을 활용했다.

59㎡ 분양가가 16억9000만원, 191㎡는 52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아파트였다. 주변 시세보다 20~30억원 저렴하지만, 보통의 신혼부부가 감당하기엔 불가능한 금액이다.

MBC 스트레이트 취재팀이 최근 2년간 강남 3구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당첨자 202명의 분양금 조달 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104명(51.5%)이 부모로부터 증여나 상속을 받아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억 이상 증여자 7명… “절세 전략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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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특별공급 제도 문제점 / 출처 : 연합뉴스

증여 규모를 살펴보면 그 실태는 더욱 충격적이다.

10억원 이상을 증여받은 당첨자가 7명에 달했고, 5억~10억원 14명, 3억~5억원 12명 순이었다. 가장 많은 구간은 1억~3억원으로 23명이 집계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억~3억원 구간이 많은 이유로 비과세 증여 한도를 꼽는다.

신혼부부는 부모로부터 부부 합산 총 3억원까지 비과세로 증여받을 수 있어, 이 한도를 최대한 활용하는 절세 전략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세대별 격차다. 전체 당첨자의 3분의 1이 90년대생이었는데, 이 중 70%가 증여를 통해 분양금을 마련했다.

올해 29세인 1997년생 당첨자는 20억원대 분양금 중 절반 이상을 증여로 충당하기도 했다.

“특별공급 취지 훼손”… 제도 개선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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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특별공급 제도 문제점 /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조사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제도가 당초 취지와 달리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978년 도입된 특별공급 제도는 서민과 청년의 주거안정을 목표로 했지만, 50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정책 효과에 대한 실증 분석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2024년 2월 이후 분양가상한제 한도가 80%에서 100%로 확대되면서, 서울과 세종 지역에서는 특별공급 청약경쟁률이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시세 차익 기대가 수요를 집중시킨 것이다.

주택 정책 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에서 부모의 자산이 많은 가정의 자녀가 선호받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며 “장기적으로는 저출생 대응 정책의 효과를 검증하고, 특별공급 물량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특별공급 물량의 12.9%는 청약자가 없어 일반공급으로 전환되는 등 비효율도 드러났다. 다자녀(73.0%), 기관추천(62.5%) 특별공급은 60% 이상에서 청약자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생애최초·신혼부부 물량과 다자녀·기관추천 물량 간 재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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