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해협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 24척과 한국인 선원 137명의 귀환 가능성이 열렸지만, 기뢰 제거와 이란 내부 권력 갈등 등 현실적인 장벽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는 15일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한국 관리 대상 선박이 24척이라고 밝혔다. 당초 26척이었으나, HMM 초대형 원유운반선 ‘유니버설 위너호’와 한국 선사 운용 LNG 운반선 1척이 순차적으로 해협을 빠져나오며 2척이 줄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들어간 것은 올해 2월 말이다. 선박과 선원들은 그 이후 약 3개월 반 동안 해협 안쪽에 고립돼 있다. 식량·식수·연료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장기 대기에 따른 선원들의 피로와 심리적 스트레스는 극심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24척 안에 피격 선박까지…’나무호’도 대기 중
24척에는 한국 국적 선박 외에도 용선 기간 종료 후 한국 측이 취득할 예정인 선박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이들 모두를 관리 대상으로 분류하고 긴밀한 소통 체계를 유지해왔다.
지난달 4일 피격된 뒤 두바이항으로 예인돼 수리 중인 HMM 화물선 ‘나무호’도 이 통계에 포함된다. 한국인 선원은 한국 선박 승선 인원 103명과 외국 선박에 탄 한국인 34명을 합해 총 137명이다. 이들이 무사히 해협을 빠져나오면, 해협 전체에 갇혀 있는 약 2천 척의 선박도 함께 탈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의했지만 뒤집혔다’…이란 내부 균열이 최대 변수
가장 큰 불확실성은 이란 내부의 이중 권력 구조다. 앞서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를 발표했을 때,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하루 만에 이를 뒤집고 독자적으로 해협 폐쇄를 선언한 바 있다.
이번 종전 MOU 역시 행정부 차원의 합의에 IRGC나 친이란 민병대가 구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행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아울러 미국과 이란이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기 위해 어떤 구체적 방안에 합의했는지도 아직 불투명하다. 기뢰 제거 주체, 안전 항로 설정, 통항 순서 등 세부 사항을 놓고 양측이 이견을 빚을 경우 정박 기간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기뢰·병목 현상…’탈출 선언’이 곧 ‘탈출’은 아니다
이란이 해협에 설치한 기뢰는 또 다른 장애물이다. 선박이 안전하게 해협을 통과하려면 기뢰를 피할 수 있는 항로 설정과 함께 이란 측의 추가 협조가 불가피하다. 기뢰 제거를 누가 어떤 장비로 수행할지는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이 없다.
한꺼번에 약 2천 척이 좁은 해협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대규모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통항 우선순위 설정과 해상 교통관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해협 개방이 이뤄지는 즉시 해당 선박들이 각자의 목적지로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안내에 나설 방침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LNG 물동량의 실제 회복 속도가 이후 국제 에너지 시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