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한 달 동안 금융권 신용대출이 5조3천억 원 폭증했다. 코스피 랠리에 올라탄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불을 지폈고, 금융당국은 즉각 비상관리체계를 가동했다.
금융위원회는 관계기관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확대되는 상황에 대해 목표를 지키지 못한 금융사를 매주 집중 점검하겠다고 선언했다. 4대 시중은행이 며칠 사이 일제히 신용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 든 배경이다.
5월 가계대출, 1년 9개월 만에 최대 폭 증가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2026년 5월 말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81조8천억 원으로 전월 대비 6조9천억 원 늘었다. 금융권 전체로는 9조3천억 원이 불어나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신용·기타대출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4월에 6천억 원 감소했던 은행권 신용·기타대출 잔액은 5월 들어서만 3조7천억 원 급증해 240조2천억 원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코스피 랠리 속 주식 투자 수요가 늘면서 은행권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직접 원인을 지목했다.
은행별 긴급 조치…타깃은 ‘고액 마통’과 ‘플랫폼 채널’
하나은행은 12일부터 차주의 연 소득과 관계없이 개인 신용대출 최대 한도를 1억 원으로 제한했다. 마이너스통장 만기 연장 시 미사용 한도 감액의 예외 조항도 전면 폐지한다.
신한은행은 오는 15일부터 대면·비대면 신용대출 합산 일별 접수량이 내부 기준을 초과하면 비대면 신청을 제한한다. 약정금액 3천만 원을 초과하는 마이너스통장 중 한도 사용률이 10% 미만인 계좌는 만기 연장 시 최대 20% 한도를 감액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같은 날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축소해 대출 금리 하단을 끌어올린다.
우리은행은 이날 비대면 신용대출 갈아타기 상품 접수를 중단하고,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핀다·토스 등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한 모든 신용대출 접수를 막는다고 밝혔다. 다만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모두 서민금융대출·상생대환대출 등 금융취약계층 지원 상품은 이번 제한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밀 조이기’로 진화…추가 규제 가능성도 열려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당시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일괄 5천만 원으로 낮추던 방식과 결이 다르다. 고소득자 신용한도 상한, 저활용 마통 감액, 플랫폼 채널 봉쇄 등 레버리지 투자에 활용될 여지가 큰 부분만을 정밀하게 겨냥하는 구조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감소라는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한 만큼, 추가적인 자율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마이너스통장 한도 추가 축소, 신용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부과, 신규 신용대출의 주식 투자 활용 여부 사전 확인 절차 강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은행 신용대출이 조여들면 일부 차주가 제2금융권 등 고금리 부문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이른바 풍선 효과 우려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