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동안, 일자리 시장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유례없는 반도체 호황 속에서도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로 돌아섰다.
국가데이터처가 11일 발표한 ‘2026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천912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명 줄었다.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비상계엄 여파로 내수 심리가 얼어붙었던 2024년 12월(-5만2천명) 이후 처음이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3.3%로 전년 대비 0.5%포인트(p) 하락했다. 하락폭은 2021년 2월(-1.4%p)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크다.
중동전쟁, 제조업 일자리 ‘도미노 붕괴’
충격의 진원지는 제조업이다. 5월 제조업 취업자는 14만명 줄어 2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감소폭은 4월(-5만5천명)의 2배 이상으로 확대됐으며, 2019년 2월(-15만1천명) 이후 최대다.
국가데이터처는 중동전쟁 장기화로 인한 유가 상승과 원자재 수급 불안, 수출 차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빈현준 사회통계국장은 “식료품, 자동차 업종의 취업자 감소폭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농림어업(-12만1천명), 도소매업(-3만6천명·3개월 연속)도 동반 감소했다. 반면 에너지 가격 피해 지원금 집행 영향 등으로 숙박·음식점업(+2만명), 운수·창고업(+3만6천명), 보건·사회복지업(+21만2천명)은 증가했다.
‘고용 없는 반도체 호황’…수출과 일자리의 탈동조화

수출 통계와 고용 통계 사이의 괴리는 이번 발표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구조적 문제로 꼽힌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고용 유발 효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점이 이번 통계로 다시 한번 확인됐다.
빈 국장은 “취업자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가 자본·기술집약적 산업인 만큼, 슈퍼사이클 국면에서도 설비투자는 늘지만 신규 고용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한다. 자동차·철강 등 고용집약적 전통 제조업이 유가·원자재 충격에 직격탄을 맞은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도 8만9천명 감소하며 6개월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전환이 전문직 신입 채용부터 위축시키고 있을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다만 국가데이터처는 AI의 직접적인 고용 영향에 대한 판단은 아직 유보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코로나 이후 최악’…60대는 나 홀로 증가
가장 심각한 타격은 청년층에 집중됐다. 5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 대비 25만5천명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충격이 극심했던 2021년 1월(-31만4천명)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청년 고용률은 43.8%로 전년 대비 2.4%p 떨어졌다. 하락폭 역시 2021년 1월(-2.9%p) 이후 가장 크다. 40대 취업자도 4만3천명 줄었다.
반면 60세 이상은 17만1천명 늘었고, 30대와 50대도 각각 증가했다. 고용 증가세가 고령층에 집중되는 구조적 편향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실업자는 87만8천명으로 전년 대비 2만5천명 증가했고, 실업률은 2.9%로 0.1%p 올랐다. 특별한 활동 없이 ‘쉬었음’으로 분류된 인구도 4만7천명 늘었다.



